여름이다. 찌는 더위와 일상에 지친 당신에게 아름다운 숲이 있는 영광의 산을 권한다. 당신에게 건강과 활력을 선사할 것이라 장담한다. 나이가 많을수록, 건강이 좋지 않을수록 산으로부터 더 많은 선물을 받을 것이다. 물무산을 시작으로 태청산‧불갑산‧구수산‧봉덕산‧삼각산 등을 소개한다. 군민의 행복을 위해.

1.‘행복숲’으로 거듭 태어난 물무산

영광사람들에겐 ‘우리집 뒷산’

곧올재-흥곡저수지-정상 코스

힘들지만 짧은 체육공원 뒷길

단풍‧편백 숲길 걸으며 힐링을

명품‘물무산 행복숲’조성중

구두를 신어도, 고무신을 신고도 갈 수 있는 산이 물무산이다. 정상인 용바위가 해발 256m로 그다지 높지 않아서가 아니다. ‘우리집 뒷산’이라 할 정도로 친근해서다. 영광읍 교촌리·연성리·학정리·도동리, 묘량면 덕흥리 일원 360여 ha의 물무산은 과거와 현재의 영광, 영광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고 있다.

불 땔 것이 없으면 나무하러 갔다. 심심하면 놀러 갔다. 어머니는 빨랫감을 이고 흐르는 물을 찾아갔다. 겨울엔 토끼몰이 한다고 추위도 잊고 뛰어다녔다. 묘량 사는 친구는 매일 산을 넘어 학교에 다녔다. 나무해다 팔아 먹고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읍내에서 오르는 길목 향교를 지날 때는 왠지 조심스럽기도 했다.

조운 시인과 박화성이 데이트했다는 여중학교 앞길을 따라가면 곧올재다.남편이 곧 온다며 기다리다 숨졌다는 전설이 서려있다. 곧올재를 지나 내리막길을 가면 흥곡저수지다. 저수지를 오른쪽으로 휘감고 오르는 임도의 끝에 체육시설이 있다. 여기까지는 차를 이용할 수도 있다. 잠시 다리 쉬임을 하고 정상으로 향하는 길옆 5m쯤에 작은 무덤과 비석이 보인다. ‘야든이’ 묘다.

야든이는 품삯만 주면 뭐든 하는 순박한 청년이었다. 성도 이름도 없다. 그냥 야든이로 불렸다. 6‧25전쟁 때 정상의 국기봉에 밤엔 인공기, 낮엔 태극기가 걸렸다. 태극기 다는 것은 야든이의 몫이었다. 어느날 야든이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순박한 야든이의 죽음은 전설처럼 전해져 온다. 모두 잊어갈 즈음 온버림 정종 선생이 이곳에 묘와 비석을 세웠다. 동족상잔의 비극, 야든이의 순박한 삶과 죽음을 잊지 말자는 가르침으로 읽힌다. 야든이 묘와 눈인사를 나누고 숨이 가빠질 즈음이면 정상이다.

물무산 정상을 사람들은 용바위라 부른다. 어릴 적 형들이 구멍 뚫린 바위를 내려가 들여다 보면 칠산바다가 보인다고 했다. 형들의 “보이냐”는 물음에 보인다고 큰 소리로 대답했던 꼬마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영광생활체육 공원 뒷길과 비룡양로원 뒷길을 이용하는 등산객도 많다. 읍내에서 바로 산길로 접어드는 코스다. 약간 경사가 급하지만 이 코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많다.

예전 영광읍 사람들은 대부분 교촌리 향교 뒷길로 오르내렸다. 교촌리와 도동리 일원의 아까시 나무 군락지 아래는 양봉이 활발하다. 척박한 토양에 잘 적응하기 때문에 심은 오리나무와 아까시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일부 지역은 좋은 편백숲이 펼쳐져 있다.

민둥산이던 물무산은 이제 좋은 소나무 숲과 편백, 단풍나무가 어우러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좁은 오솔길은 등산로 8.0km와 임도 5.3km가 개설됐다.

곧올재에서 묘량면 덕흥리 흥곡저수지로 가는 길과 잘 정비된 물무산 임도를 따라 식재한 단풍은 여름엔 녹색그늘로, 가을엔 단풍으로 절경을 이룬다. 향교 위쪽엔 26년생 편백 3,500여 그루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다.

영광군은 이곳에 편백명상원을 만들어 군민이 산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이곳 편백림의 존재는 나무를 심은 담당 공무원 외에는 잘 모르고 있다가 ‘물무산 숲길’을 개설하면서 군민에게 알려져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또한 묘량면 덕흥리 청주한씨 문중산의 잘 자란 소나무 숲에는 노송 밑에 맥문동을 식재하여 볼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곳은 문중산이라는 특성 때문에 소나무가 잘 보존되고 거목으로 자라나 소나무가 갖는 특유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 사방사업으로 심은 오리나무 숲을 단풍과 편백 등 건강에도 좋고 보기도 좋은 수종으로 바뀌고 있다. 이제는 제법 크게 자라나 사람들에게 휴양과 치유를 선사하고 있다.

이렇듯 물무산은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함께 하면서 만들어진 숲이다. 이제는 이곳에 숲속둘레길 10km, 유아숲체험원, 물놀이장이 있는 산림공원, 편백명상원, 소나무숲 예술원, 가족명상원, 질퍽질퍽 황톳길 등을 만드는 ‘물무산 행복숲’조성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주민이 피부로 체감할 생활밀착형 산림복지숲이 만들어 진다. 할아버지와 손녀가 손잡고 거닐며, 아이의 노래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 물무산은 이제 영광 사람들의‘생명의 숲’이다.

박정연 영광군 산림경영담당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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