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원자력 발전소를 대하는 모습도 그렇습니다. 탈핵을 외치는 목소리가 수 십 년 동안 그치지 않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탈핵을 공약했습니다. 공약은 지켜져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 공사 중단은 당연합니다. 수순에 따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공사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지역 주민과 한수원 노동조합의 반대를 피해 극비 이사회를 갖는 옹색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원전 건설 중단과 계속 중 무엇이 옳은 결정일까요. 원전 건설의 중단은 핵으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의지입니다. 국민의 생명을 우선시 하는 정책을 반대할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원전 건설 중단으로 일자리를 잃는 당사자들에겐 당장의 생계 수단을 잃는 것입니다. 일자리는 모두에게 소중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공사 중단 반대를 비난할 수도 없습니다.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질 수 없는 문제인 것입니다.

언제 현실로 다가올지 모르는 위험에서 벗어나는 것은 크기와 가치를 따질 수 없을 만큼 소중합니다. 하지만 당장의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주장도 외면해선 안 됩니다. 정부 방침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는 것입니다. 이상과 현실의 갈등 구조를 국민 스스로 해소하라는 말로 들립니다. 당연히 여론은 둘로 확연히 갈라져 갈등의 골은 깊어질 것이 뻔합니다. 국민 갈등을 정부가 부추기는 결과입니다.

당사자 간 해결 방식은 결국 힘의 논리로 결정됩니다. 원전 건설 중단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계속과 중단 중 어느 쪽의 힘이 더 셀까요. 탈 원전 정책은 에너지 수급을 어렵게 만들고 국민의 전기료 부담이 늘어난다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친 원전 정책은 국민의 안전, 나아가 생명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각자의 입장에 따라 극한투쟁으로 번질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은 현실입니다. 탈핵 정책으로 얻는 것은 이상입니다. 현실론과 이상론은 결코 타협이 되지 않습니다. 이 시점에서 그 승부를 국민에게 맡기는 것은 무책임 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갈등만 커지고 승부가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공약을 지킬 것인가, 현실적 문제 때문에 후퇴할 것인가는 정부가 결정해야 합니다. 어떤 결정이든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결단이기에 빠를수록 좋습니다.

한빛원전이 있는 영광도 8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갈등을 빚었습니다. 38년째 갈등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월은 양쪽 모두에게 상처만 안겼습니다. 누구에게는 친 원전, 누구에게는 반 원전이란 ‘이름표’가 붙었습니다. 그 사이에서 사익을 챙긴 사람들도 숱하다지요. 지난해에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방안을 놓고 시끄러웠습니다. 입법 과정에서 정부 측이 꼼수를 부린데 따른 것입니다. 문재인 정권 원전 정책은 꼼수가 없으리라 믿습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