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영 영광군정신건강증진센터장

1960년대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우는 갓 태어난 침팬지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습니다. 어린 침팬지에게 두 종류의 가짜 엄마 인형을 주고 관찰하였는데, 한 인형은 부드러운 헝겊을 감싸 만들었고, 다른 인형은 철사로 동여메어 만들고 여기에 우유 급식기를 붙였습니다. 실험 결과, 어린 침팬지는 종일 헝겊 인형에 껌딱지처럼 붙어 있었습니다. 잠시 배고플 때만 철사 인형에게 다가가 우유를 먹고는 곧장 헝겊 인형에게로 돌아 왔습니다. 포근함, 따뜻함, 부드러움 등등. 피부로 느껴지는 이러한 감각이 본능적으로 어린 침팬지를 헝겊 인형에게로 이끈 것입니다.

캥거루는 배에 육아낭이 있어서, 새끼를 낳으면 이 주머니에 담아 다닙니다. 태반 없이 조숙아로 태어나는 새끼들은 엄마의 주머니 안에서 체온을 유지하고, 젖을 먹으며 10개월여를 성장합니다. 이러한 캥거루의 육아 방식을 본 따 만든 것이 캥거루 케어입니다. 미숙아의 회복과 성장을 돕기 위해 하루에 1시간, 산모는 인큐베이터 속의 갓난아이를 맨살끼리 맞대어 껴안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그 효과가 공공연히 알려져 있었습니다. 2013년 국내 병원의 연구 결과 역시 미숙아의 퇴원일과 체중, 합병증 발생율 등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였습니다.

동물매개치료는 최근 조용히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치료법입니다. 이미 국내 여러 병원과 기관에서 치료견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정신병원에서는 우울증 환자들의 정서적 위로에, 아동센터에서는 자폐아동의 사회성을 키우고, 노인전문병원에서는 치매노인들의 인지기능을 도우며, 호스피스 병동에서는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들의 정서적 안정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동물과의 접촉 자체가 큰 치료 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인데, 여러 실험 결과에 따르면 개를 쓰다듬은 뒤 사람과 개 모두에게서 엔돌핀과 옥시토신 등 신체에 유익한 호르몬이 다량 분비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탈리아 남부 해안가 마을 아치아롤리는 장수마을로 유명합니다. 이 마을에는 100세를 넘긴 노인이 10명 중 1명꼴인데, 그 수가 80명이 넘습니다. 주민들의 장수 비결로는 직접 재배한 신선한 식품을 먹는 것과 언덕빼기에 위치한 마을 특성상 육체활동이 활발했던 점을 꼽았습니다. 건강한 식사와 운동 습관은 여느 장수마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마을만의 독특한 점은 바로 부부간 활발한 스킨쉽이었습니다. 뽀뽀와 껴안기, 안마, 성관계 등 스킨쉽 빈도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어서, 젊은 미국인 연구진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 때문인지 여느 장수마을과 달리 이곳은 ‘부부 모두 장수하는 마을’로 남자 역시 여자만큼 오래 삽니다.

부모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고, 볼을 감싸며, 두 팔로 꼭 껴안아주면 아이는 안심하고, 행복합니다. 어른도 다르지 않습니다. 연인끼리 팔짱을 끼고, 노모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부부간 포옹이나 입맞춤 등 모든 스킨쉽은 서로의 친밀감을 배가시키며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합니다. 젊은 남자가 아가씨의 손금을 봐주겠다며 손을 만지작거리는 고전적인 연애수법도,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두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거나, 포옹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도 모두 스킨쉽의 파워를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부터 사랑하는 가족, 연인 그리고 친구에게 밝은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어 보세요. 곧 사람의 온기가 기다려지는 계절이 온답니다.

(주의 : 상대가 원치 않는 스킨쉽은 성추행임. 분별력이 필요함)

남주영 영광군정신건강증진센터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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