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한빛원전 4호기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90년대 초반 영광의 반핵단체가 무허가 레미콘공장 운영, 콘크리트 미채움(공극)과 그에 따른 철판부식 가능성 등 수십가지에 달하는 원전안전과 직결되는 경고를 했다. 이과정중 영광지역은 수백 번에 이르는 집회와 시위 등으로 엄청난 사회적비용을 지불했다.

4반세기 후 그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그간 원전측은 ‘안전’을 수없이 강조했다. 철판부식 등 부실시공이 드러난 후에도 방사능은 유출되지 않았다고 하니 다행이다. 하지만 한빛원전 측의 말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반핵단체가 예측한 부실을 알지 못했다. 심지어 무시해버렸다. 그 정도 기술력, 그 정도 안전의식 밖에 없는 발전소 측을 믿기가 겁난다.

모든 대형 참사는 작은 부주의에서 온다. 스리마일과 체르노빌 원전 사고도 운전자들의 작은 실수에서 비롯됐다. 원전측의 대응을 보면 격납건물 철판부식은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듯하다. 반핵단체의 지적을 무시했고 4반세기가 지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음에도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만 하고 있다. 부실시공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책을 내놔도 시원찮을 판에 너무 무성의한 태도다.

한빛원전은 물론 정부가 나서서 원전의 안전망을 재점검하고 그간 위험에 노출된 채 살아온 지역민들에게 사죄와 보상을 해야 마땅하다. 시공 당시 제기된 우려에 대해 원전측은 물론 규재기관 마저 관심을 갖지 않은 것도 대단히 유감스럽다. 이번 사태로 우리 원전 안전 시스템의 부실이 입증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차제에 원전의 안전 시스템은 재정비 되어야 할 것이다. 철판 부식 등의 원인과 책임 소재의 철저한 규명은 당연하다.

원전은 지난 30여 년 영광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이었으며 갈등의 중심이었다. 지난해부터는 사용후 핵연료 문제가 대두돼 갈등을 빚고 있다. 그 과정에서도 정부와 한빛원전은 지역 여론을 수렴한 것처럼 꼼수를 부렸다. 원전측에 협조적인 극소수를 내세워 마치 군민 전체 의견을 들은 것처럼 모양새를 갖추려다 150여 사회단체로 이루어진 범군민대책위원회(범대위)의 적극적인 반대에 부딪치기도 했다.

범대위는 청와대와 정부 등을 찾아 항의하고 원전 가동중지 등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한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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