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4호기 격납건물 내부 철판이 삭았다. 철판을 둘러싼 콘크리트를 제대로 타설하지 않아 생긴 구멍 때문이라고 한다. 격납 건물은 방사능 누출을 막는 가장 중요한 시설이다. 작은 실수라도 있어서는 안 된다. 지역민, 아니 전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불상사를 막는 첫 번째 안전판이 이처럼 허술하게 시공됐다니 믿을 수가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안전점검 결과는 ‘이상없음’으로 나왔다니 더욱 믿을 수가 없다.

이같은 부실시공 우려는 90년대 초 영광에서 천주교‧원불교 등 종교단체와 농민회, 영광사회운동협의회 등의 반핵운동 과정에서 이미 지적됐다. 그럼에도 한수원이나 규제기관인 원자력안전기술원 등에서는 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최소한 콘크리트 부실 타설과 이로 인한 구멍(공극)의 발생, 철판의 부식은 예상할 수 있었다. 모두 눈을 감았을 뿐이다. 20여 년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한수원이 애써 외면한 것은 물론 규제기관마저 외면한 속내를 이해할 수 없다.

한빛원전 4호기는 처음부터 언젠가는 방사능 누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안고 가동됐다는 얘기다. 한빛원전은 지난 30여년 지역민들이 안전을 우려할 때마다 ‘절대안전’을 장담했다. 부실시공으로 인한 철판 부식이 밝혀진 지금도 원전은 정말 안전한가 묻는다.

후쿠시마 사고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원인이라 해도 스리마일과 체르노빌의 참사는 작은 실수로 빚어졌다. 영광에서 발견된 원전의 부실시공은 운전중 발생한 작은 실수도 아니다. 예측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것도 아니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시공상의 문제를 소홀히 한 결과다. 운전중 철저한 안전점검만으로도 충분히 부실을 발견, 바로잡을 수도 있었다. 안전점검마저 부실이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부실시공이 한두 곳이 아니다. 정밀 조사를 한다면 얼마나 많은 공극과 철판 부식이 발생했는지 모를 일이다. 그간 한빛원전은 이 같은 부실을 밝히지 못했다. 아니, 알고도 그냥 넘겼다고 하는 것이 진실인지도 모른다. 첨단 과학의 총아라 해도 과언이 아닌 원전 설비의 안전점검이 이렇게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면 어떻게 원전의 안전을 믿을 수 있겠는가.

우리는 그간 원전의 사고 확률은 지극히 낮다고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원전 사고가 발생할 경우 우리가 가장 먼저 죽는다. 사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우리가 어떻게 일하고 있겠는가”고 말하는 원전 근무자들의 말에 안도를 하기도 했다. 미안하고 고맙다는 생각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신고리 원전 건설 중단을 비난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한빛원전의 어처구니없는 부실시공과 더 어처구니없는 안전점검 수준을 마주하니 탈핵이 답이라는 쪽으로 생각이 기운다. 한빛원전, 나아가 한국수력원자력의 정직한 답변을 기다린다. 범군민대책위는 한수원과 정부를 상대로 항의하고 믿을만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영광 지역민들의 불안이 해소될 때까지. 한빛원전의 전면 가동중지까지도 불사할 태세다. 정부와 한수원의 답을 기다린다.

조철상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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