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룡학원. 영광군 최초의 학교법인이다. 1971년 영광읍 학정리에 해룡중학교 문을 열면서 시작된 역사가 어느덧 45년이 됐다. 중학교 설립 후 3 년 만인 1974년에 고등학교도 문을 열었다.

45년 전 중학생 180명과 교직원 20명의 시골 학교는 이제 학생 990명 교직원 96명의 적잖은 사학(私學)으로 성장했다. 해룡고에 입학하기 위해 전남 도내 각 지역에서 지원자가 몰린다. 서울대학교 등 소위 1류 대학교 진학률이 높아가면서 각광을 받기 시작, 점차 경쟁률이 높아졌다.

▲권재홍 해룡학원 설립자

해룡학원은 45년의 역사와 함께 명문(名門)의 반열에 올랐다. 설립자인 권재국 전이사장 이 ‘죽을둥살둥 미친듯’ 내달린 결과다. 의욕과 열정으로 무장한 30대 청년은 이제 팔순에 접어들었다. “있는 듯 없는 듯 산다”고 하지만 아직 그의 교육에 대한 의욕과 열정은 현재진행형이다.

익산이 고향이지만 해룡학원을 시작하면서 영광과 약속 했다. 영광에 뼈를 묻겠다고. 영광 사람이 되겠다는 약속이다.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해룡학원 만큼이나 존재감이 있는 권 전 이사장을 인터뷰 했다. 40여 년 전 뵌 적이 있다. 크게 변하지 않아 반갑다. 조용하고 곧은 자세까지.

권 재홍(權在弘) 전 이사장은

1936년 11월 5일 전북 익산 출생

1961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1972년 전남대 경영대학원 석사

1970년 학교법인 해룡학원 설립

1971년 해룡중학교 교장

1974년 해룡고 설립, 교장 취임

1996년 학교법인 영산학원 이사(현)

1998년 학교법인 영산성지학원 이사(현)

2000-2004 한국사학 중등법인협의회전남회장

2000년 한국사학 중등법인중앙회 부회장

2001년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운영위원

2002년 캘리포니아 유니온 대학교 명예교육학박사

2003년 학교법인 우암학원 이사(현)

2003년 원기 88년 원불교 대봉도 서훈

2004년 전남교육상 수상

2005년 황조근정훈장 수여

2005년 학교법인 해룡학원 이사장

2005년 평통자문회의 영광군 협의회장

2007년 영광군민의 상 수상

2010년 원불교 교령 추대

2010년 대통령 표창

현재 해룡학원장으로 추대

영광읍 녹사리에서 없는듯 살고 있다

"대학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영광 만드는 일에 미쳤다"

경상도, 제주도에서 '해룡고? 명문고지' 할때 흐뭇

'지역 발전 원동력은 교육' 인식 확산 강조

제자 성공에 감동의 눈물 흘린 '제자 바보'

"영광에 뼈 묻겠다" 약속 "이젠 영광 사람"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일이 있어 나오라면 학교에 갈 뿐 있는 듯 없는 듯 지낸다.”

-교육 사업을 시작한 동기가 있으실텐데요.

“영광은 원불교의 발상지다. 모태신앙이다. 초대 원불교 청년회장을 했다. 성지 답지않은 모습이었다. 원불교가 제대로 평가 받지도 못했다. 우리가 어떻게 했기에 성지에서 원불교가 자리를 잡지 못할까 안타까웠다. 먼저 지역 탓을 안 해야 한다고 생각 했다. 고민 끝에 교육을 통해 기여하는 길이 좋고 바른 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한 것이다.”

-해룡고가 입학 경쟁이 치열한 명문이라는 말을 들으면 자랑스럽습니다. 어떤 계기나 비결이 있습니까?

“영광에서 고교를 졸업해서는 대학 가기 어렵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이래서는 안되겠다. 영광에서 고교를 졸업해도 대학을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고장이 돼야한다. 외지로 유학 나가면 안되겠다 싶어 죽을둥 살둥 미친 듯 내달렸을 뿐이다. 구성원 전체가 최선을 다하면 무슨 일이나 좋은 결과를 얻는다. 신명나게 몰입해서 일에 미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해룡고가 명문고가 됐다는 것은 언제 실감하셨습니까?

“10여 명의 학생들과 지리산 천왕봉에서 내려오는데 경상도 분들이 어느 학교냐 물었다. 학생들이 해룡고라고 답하니 ‘해룡고? 명문학교지’ 하는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았다. 제주도 수학여행길의 여관 사람들이 보기 드물게 얌전하다면서 역시 명문학교 학생답다고 칭찬했다.”

-타지역 입학생 배정 기준이 있습니까?

“정원 240명중 100명이다. 최근엔 점점 외지 지원이 줄고 있다. 지자체마다 지역 발전이 교육에 있다는 것을 안다. 학생 안 뺏기려 크게 노력한다. 학생 자원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00명이 없으면 폐교가 여럿 생긴다.”

-서울대 합격생들 소식을 들었습니다. 입학 성적이 좋아도 늘 아쉬움이 있으지요?

“수학 정석의 저자인 홍성대 선생과 교유가 있다. 우리 학생이 서울대 수학과 합격했다고하니 합격이 굉장히 어렵다면서 축하하더라. 기회 있으면 그 학생 만나고 싶다고도 했다. 모든 학생이 희망하는 대학에 합격하길 바랄 뿐이다.”

홍성대는 수학 정석의 저자로 대입 수학 참고서의 ‘지존’이다. 현재 전주 상산고 이사장이다.

-해룡학원에 대한 장기 구상이 있는지.

“현재 교장 선생님이 아이디어 맨이다. 선도적 역할을 많이 했는데 2월로 정년이다. 잘 이끌어주실 분을 모시고 싶다”

-선진국의 경우 명문 사학에서 공부하기 위해 돈을 많이 내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돈을 더 받더라도 더 많은 투자로 전국 최고의 명문교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외국은 그런 교육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데 우리는 돈은 적게 들이고 좋은 학교를 만들자고만 한다. 학교재단이 기업도 아니고 많은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한 여건이다.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 학원 기금 운용을 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설문조사를 해보니 기숙사나 도서관 등의 시설 확충을 바라는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기숙사 때문에 고민도 많이 했다. 현재는 불만이 없을 정도로 갖췄다고 생각한다. 이젠 24시간 온수가 나오도록 해달라고 한다. 학생들의 욕구를 다 충족 시키지 못해 안타깝다."

-어려운 시기도 있었을 것으로 압니다. 어떻게 해결하셨는지요.

"계속 어려웠지요. 지금은 영광읍이 된 녹사리 도양죽에 농업기술학교를 운영하다 정식 인가를 받았다. 받고보니 불갑에도 중학교가 생겼다. 군서면 만으로는 학생 자원이 부족해 고민을 많이 했다. 교육감으로부터 영광읍에 개교 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먼저 부지 물색에 나섰다. 학교 세울 생각만 하다보니 꿈에 학교 부지가 보였다. 지역 어른에게 말씀드리니 천주교 뒤쪽을 보여주셨다. 아니다 싶어 가 본 곳이 현재 학교 부지다. 고교 인가, 남녀 공학 추진 등 고비 고비가 역경이었다."

-텃세는 없었습니까?

"지금은 많이 희석됐지만 전엔 면 단위에 사는 분들도 영광읍에서 약간은 괄시를 받았다. 영광에 뼈를 묻겠다는 약속을 하고 영광에 녹아들기 위해 성심을 다했다. 내 마음을 받아준 영광에 감사한다. 이제 영광에 뿌리를 내렸다."

-내친김에 대학까지 설립할 계획은 없으신가요? 지역 발전의 계기가 될텐데요.

"전국의 대학들이 학생 자원 부족으로 구조 조정에 나섰다. 김인곤 의원으로부터 대학 설립을 권유 받기도 했다. 행정적 지원은 물론 자금 지원까지 약속 하셨지만 승산이 없어 접었다. 의욕만 앞세워 추진했다면 지역이나 국가에 큰 부담만 안기는 결과를 초래했을 것이다."

-제자들과 깊은 정을 나누실 것 같은데요. 제자 몇 명만 소개해주시죠.

"제자들 보는 것 보다 더 큰 즐거움과 보람은 없습니다. 염산주을 졸업하고 졸지에 고아가 된 학생이 있었다. 진학길을 찾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데려다 뒷바라지를 했다. 육사에 진학, 수석 졸업 했다. 임관식 때 초청 받아 부모 대신 계급장을 달아줄 때는 눈물이 났다. 근무지를 옮길 때마다 소식을 전해온다. 2년 전 장군이 돼 요직에 있다. 경찰대학을 졸업,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제자도 그때마다 상의를 해왔다."

제자들 이야기를 하는 권 이사장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계속 소통하는 제자들 이야기는 긑 없이 이어졌다.

- 영광 발전을 위해 행정이나 교육 당국에 하고 싶은 말씀은?

"지역 발전의 원동력은 교육이다. 교육이 인재를 양성하고, 인재가 지역 발전을 이끌어 가는 선순환(善順環)구조를 만드는 데 역점을 둔 정책 개발을 당부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있는 듯 없는 듯 산다. 욕심을 냈다면 지금도 학교에서 봉급을 받고 있을 것이다. 설립자 교장은 평생 재직할 수 있다. 원불교 교역자 정년이 68세다. 그 기준에 따라 68세에 퇴직했다. 나를 따라 학교도 늙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다. 후진에 길을 열어줘야 늘 발전하는 해룡학원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영광이 발전하길 기원하며 관심을 갖고 지켜볼 뿐이다."

조일근 기자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