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과 위스키, 코냑의 종주국은 유럽이지만 칵테일은 미국에서 유행이 시작돼 세계로 전파된 음주문화다. 여러 종류의 양주를 기본으로 설탕과 향료를 섞어 만든 혼합주로서 믹스하는 방법에 따라 독특한 맛과 빛깔을 내기 때문에 ‘술의 예술품’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한다.

칵테일의 기원은 1795년 경 미국 뉴올리언스에 이주해 온 A.A. 페이쇼라는 약사가 달걀 노른자를 넣은 음료를 조합해 프랑스어로 코코티어라고 부른데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그 후 미국에 금주령이 내렸을 때 실직한 바텐더들이 유럽으로 건너가 일자리를 구하면서 유럽에서도 칵테일이 유행하게 됐다.

혼합주인 칵테일은 가장 미국다운 술임에 틀림없다. 다양하고도 조화로운 섞임을 통해 창조적인 미각을 만들어내는 술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다인종 사회인 합중국 미국문화의 상징적인 단편이라 볼 수 있다.

지난 달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간 이틀째 만남은 ‘칵테일 간담회’로 시작됐다. 당초에는 첫날과 마찬가지로 ‘호프 미팅’이 마련됐으나 우천으로 인해 간담회가 실내로 옮겨지면서 의전 주류도 칵테일로 바뀌었다.

미리 준비된 술은 아니었지만 대통령과 주요 기업인들 간의 대화가 칵테일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됐다는 점은 보기에 따라서 의미심장하게 다가서기도 한다. 칵테일은 서로 다른 재료들의 절묘한 혼합이 생명이다. 정부와 재계가 황금 분할과 같은 조화로운 역할 분담을 통해 나라를 발전시키자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칵테일 간담회로 상징화됐다고 해석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지자들은 대통령의 소통 능력을 가장 큰 덕목으로 꼽았다. 칵테일이야말로 어쩌면 서로 이질적인 것들의 가장 지극한 소통의 경지일는지도 모른다.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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