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견제와 감시민주화 이후 지방자치가 실시 된지 25년이 지났다. 사람으로 치면 군대까지 다녀온 성인이다. 인격까지 어느 정도 다듬어진 단계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다. 떡잎 정도가 아니다. 성공과 실패 가능성까지 가늠이 갈 정도의 나이다. 과연 우리 지방자치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아무리 살펴봐도 어딘가 어색하다. 단체장과 지방 의원이 있는 모양을 보면 틀림없는 자치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알맹이가 빠져도 많이 빠졌다. 허울만 자치다.

4년마다 치러지는 지방 선거의 열기는 총선이나 대선보다 훨씬 뜨겁다. 지역민의 관심이 훨씬 더 많다는 증거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은 잘 알지만 너무 멀어 안 보인다. 단체장과 의원들은 곁에 있다. 언제든 보고, 만날 수 있다. 그러니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친한 사람이 당선되길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 영남과 호남의 경우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선택의 기준은 정당이다. 그 다음은 얼마나 친하냐다. 실력이나 능력은 사실상 당락에 큰 영향을 못 미친다. 친밀도가 같다면 금품을 제공하는 후보에게 표가 간다.

초기라면 이해할 수 있는 선택의 기준이다. 하지만 성년이 되어서까지 기준이 변치 않고 있다. 자기네 살림을 맡아 할 사람들이다. 당연히 양심적인가, 능력과 실력은 갖췄는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친밀도가 선택의 기준이 되는 것은 이해한다. 어쩌면 당연한 기준이다. 소속 정당이 결정적 기준이 되고 있는 현실은 이해한다. 하지만 정상적이지 않다. 돈 안쓰는 선거는 노무현 정권의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될 만큼 도시에서는 정착됐다. 군 단위 이하에서는 돈이 아직 위력을 발휘한다. 물론 사라져야 할 폐습이다. 비정상이다.

비정상이 정상으로 굳어진 데는 능력이 자치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제도 자체에 큰 문제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결함을 세 가지로 요약한다. 첫째, 자치 입법권 강화를 위한 입법규칙이 없다는 것이다. 조례 제정은 허용하지만 상위법에 배치되면 무효다. 조례 제정권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 국가 사무 지방 이양 폭이 지극히 좁다. 중복 행정과 비효율을 이유로 자치 행정을 제약하고 있다. 셋째, 자치 재정권이 확립되지 않았다. 지방세의 비율이 20.8%에 불과하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간 지배 종속의 결정적 원인을 제공하는 제도다. 사실상 20%의 지방자치라 할수 있다.

지방자치의 근본정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위에든 세 가지를 개선해야 한다. 재정의 중앙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선결 과제다. 그러면 국가 사무의 지방 이양 폭도 자연히 커진다. 특히 경찰권 등 물리력을 가진 권력 기구의 분산도 이루어질 수 있다. 중앙 정부의 결단이 없으면 지방자치는 언제까지나 걸음마 수준을 벗어날 수가 없다. 제도 자체가 단체장이나 지방 의원이 누구냐가 지역민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선출된 단체장과 의원에게만 좋은 제도라는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기본은 3권 분립이다. 입법‧사법‧행정의 상호 감시와 견제 구조다. 각각의 권력이 막강한 만큼 그 권력의 보호를 위해 야합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언론의 감시가 필요한 대목이다. 언론을 제4부라 지칭하는 이유다. 지방자치도 같은 구조가 정립돼야 건강해진다. 집행부는 의회가, 의회는 언론이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 단체장과 대다수 의원의 당적이 같을 경우는? 집행부 감시 기능의 약화가 우려된다. 상호 공존을 위한 상호 유착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의회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대를 이어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사이다. ‘감시’라는 단어 조차도 어색하다. 하지만 그 기능과 역할을 포기한다면 언론으로서 존재 이유와 가치가 없다. 지역민들로부터 견제와 감시의 권한을 위임 받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건강한, 주민의 권익을 지상의 가치로 아는 지방자치의 필요충분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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