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란 참 좋은 것이지요. 이번에 생각지도 못한 여행을 했습니다. 그것도 해외 씩(?)이나. 심천‧마카오‧홍콩 여행을 하자는 권고를 받았습니다. 단순 관광여행은 제 ‘스타일’이 아니어서 사양했지요. 헌데 평소 친해지고 싶던 옥자 누나가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따라 나섰습니다. 영광초교 11년 선배인 옥자 누나 친구 네 분이 주축이었습니다.

네 분은 사는 곳이 모두 달랐습니다. 서울‧분당‧목포‧영광에 살면서 가끔 해외여행을 한 적이 있는 ‘팀’이었습니다. 옥자 누나와는 도동리에서 이웃에 살았지요. 지금은 무령리에 둥지를 트셨고요. 백학리에 살았던 김남옥 누나는 목포, 교촌리가 집이던 김옥 누나는 서울 청담동, 최점순 누나도 교촌리 처녀였는데 죽전이 집입니다. 이렇게 떨어져 살면서도 가끔 함께 해외여행을 했다니 부러웠습니다. 이런 친구들을 만들지 못한 제가 부끄럽습니다.

심천‧홍콩‧마카오 관광보다 누나들을 지켜보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적잖은 연세들인데도 씩씩하게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서로 챙겨주고 아껴주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조용필 노래를 하며 “나는 이 가사가 좋더라” 하는 sskemf의 모습에서 소녀의 감성을 보았습니다. 추풍부 등 영광의 노래를 함께하는 대목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영광이 뿌리라는 공통점을 가진 우리는 서로 감출 것도, 시샘할 것도 없어 참으로 속이 편했습니다. 부자잣집 딸이던 제 1년 아래 염보희 양(?)은 서울로 시집갔는데도 고향 언니들과 마치 동무인 듯 잘 어울렸습니다. 웃고 떠들고 노래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동무들이었습니다. 이 실거운 후배 덕분에 제가 막내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함께한 서민영 회장께서 더 건강해 보이는 부인을 챙기는 모습도 참 보기 좋았습니다.

저는 광고 문구 가운데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아름다운 사람들’이란 카피를 가장 좋아합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란 바로 이런 사람들이 아닐까요? 멀리 떨어져 살지만 옛정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것.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작은 마음을 주고받는 것. 보고 싶으면 핑계를 만들어 함께 하는 것. 그리고 노래하고 수다 떨며 옛이야기 나는 것. 삶의 무게를 털어내고 나를 찾는다는 것의 아름다움이라니!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최점순 누나, 조용필의 노랫말이 좋아 자지러지는 풍부한 감성을 지닌 김옥 누나, 시와 노래와 사람을 사랑하는 옥자 누나, 부끄럼 타는 소녀 같은 모습의 김남옥 누나. 누구에게나 사랑 받을 짓만 하는 실거운 보희. 당신들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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