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금년에도 어김없이 가뭄과 폭염이 우리를 괴롭혔다. 비가 오지 않아 강이 녹조로 신음하고, 물을 대지 못해 농산물이 말라 죽어 기우제를 지내는 등 몇 십 년만의 가뭄으로 농심은 타들어갔다. 지난한 그 얘기들이 무색하게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폭우가 쏟아지고 홍수로 물난리를 겪는 지역도 생겨났다. 장마철에 폭염과 폭우가 공존하는 기이함마저 발생하고 있다.

최근의 기후를 보면서, 30년 넘게 환경에 몸담아 온 필자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해를 거듭할수록 봄철 가뭄이 길어지고, 여름철 폭염이 더 극심해지는 현상은 그냥 넘길 문제는 결코 아니다. 비도 마찬가지다. 강남은 폭우인데 인근 송파는 쨍쨍한 국지성 호우 현상이 잦아졌다. 수도권에 100mm가 넘는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었던 시기에 영광·함평은 여전히 ‘가뭄 중’이라 깜짝 놀란 것도 최근의 경험이다. 스콜(squall)이라고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근무할 때 아프리카 열대지방에서 자주 경험했던 국지성 호우가 금년 들어 한국에서 자주 연상되기도 한다.

작금의 현상을 ‘기후변화’ 네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지난 100년간 지구 평균 기온은 0.85도 올랐고, 우리나라는 지구 평균의 두 배가량인 1.8도 상승했다. 겨우 몇 도라고 가볍게 여길 수 있지만, 인체 몸의 온도가 정상보다 2도 올라가면 어떤 현상이 생기는지 비교하면 언뜻 이해가 쉬울지도 모르겠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로 인간에게서 비롯되는 것들이 많다. 석탄·석유 등 화석에너지 사용이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이산화탄소·메탄 등 각종 온실가스를 뿜어내고 있다. 이는 자연이 자생적으로 감당하기 힘들 정도에 이르렀고 우리는 이제 심각한 기후변화 상황과 마주쳤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기후변화를 문제라고만 볼 것인가? 늘 위기는 기회를 창출하지 않던가.

필자가 근무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서는 수도권 2500만 시민이 버리는 쓰레기에서 지독한 냄새를 없애고 전력을 생산·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크다. 매립지 유휴 부지와 인공호수에 대형 태양광발전소도 단계별로 시작하였다.

기후변화에 맞서 우리 영광군도 여러 조건을 활용하여 위기를 기회로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국내 최대 풍력단지를 벌써 75기나 운영하고 있고, 앞으로 더 확대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 바람의 경제성을 최대한 살린 정책으로 반갑기 그지없다. 더구나 태양광발전소와 e-모빌리티 사업 등 시대적 사업들이 함께 준비되어 가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미세먼지로 인한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사업이다. 영광군이 추진하는 관련 사업은 새로운 정부의 환경 및 에너지 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는데 그 성장 가능성이 더욱 커 보인다.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융합적인 사고와 전략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꼭 영광만이 아니라 신안, 무안 등과 서해안벨트를 잇는 지역적 융합이어야 한다. 또한 풍력과 태양광 사업 뿐 아니라 새로운 자연력 에너지의 플랜트와 인프라 산업의 집합체를 생각해야 하고, e-모빌리티와 전기 자동차 선도도시 등 미래를 여는 혁신산업들이 초연결시대에 맞는 체제로 꿈을 꾸어야 한다. 그간 분절된 관광자원들이 신산업들과 함께 프로그램화 된다면 환경과 경제, 문화가 함께 일어날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기후변화! 이 절호의 ‘영광스러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재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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