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다. 찌는 더위와 일상에 지친 당신에게 아름다운 숲이 있는 영광의 산을 권한다. 당신에게 건강과 활력을 선사할 것이라 장담한다. 나이가 많을수록, 건강이 좋지 않을수록 산으로부터 더 많은 선물을 받을 것이다. 물무산을 시작으로 태청산‧불갑산‧구수산‧봉덕산‧삼각산 등을 소개한다. 군민의 행복을 위해.

5.봉우리와 물줄기가 여럿인 백수 구수산

칠산바다와 개펄, 해안도로가 어우러진 절경

옥녀봉→상여바위→설레바위→구수산→밤나무골→눈썹바위 산행기

전라남도 서남단 영광군 백수읍, 노령산맥의 끝자락에 위치한 해발 339m의 산이다. 옥녀봉‧봉화령 등 여러 개의 산봉우리가 커다란 산채를 이루듯 서 있다. 서해가 내려다보인다. 백수 해안도로 너머의 칠산바다의 넘실거리는 파도는 동해안을 방불케 한다.

봉우리마다에서 내려다 보이는 갈래갈래의 물줄기는 여러 방면으로 나뉘어 흘러간다. 와탄천이 그 산굽이를 춤추듯 흐른다. 산 이름 구수산(九岫山)은 산봉우리와 물줄기가 여럿이어서 붙여졌다.

지도를 놓고 보면 구수산은 흡사 어머니 뱃속의 태아와 같은 형상이다. 길룡리는 구수산에 싸여 있는 모양의 마을이다. 탯줄처럼 푸른 띠 같은 해수가 법성포로부터 구수산 산협을 끼고 굽이굽이 들어와 길룡리에서 민물과 바닷물이 서로 만난다.

구수산 기슭에는 먼 옛날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이 보인다. 백수읍 소재지인 천마1동 모정에 선돌이 9기나 있고 장산리와 길룡리 노루목 잔등에서도 고인돌과 선돌이 허다하게 발견된다.

▲귀영바위집터

구수산의 최고봉은 절골뒷산 봉화재 373.8m, 천기동뒷산 수리봉(천장봉) 350.6m, 갓봉 343.9m이다. 구수산 99봉 99골짜기에는 8만9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팔만(八萬)’이란 인도 말로 ‘많다’는 뜻이지 실제 숫자와는 거리가 멀다.

길룡리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예전에 구수산에 9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구수산 9암자는 대개 길룡리 마을에 속하는 절들이다. 마을 이름이 뜻하듯이 절골에는 옛날에 큰절이 있었다. 절골의 큰절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암자가 있었고 지금도 이름만 남아 있는 절이 구수사(九岫寺)‧수도암(修道庵)‧사자암(獅子庵)‧무운암(霧雲庵)‧가야암(伽倻庵) 등이다.

▲대각산

절골에는 지금도 가로 세로 두 자 이상의 주춧돌이 수십 개나 발견되고 밭을 갈 때마다 기왓장이 무수히 발견된다. 지금은 절터가 밭이 되었지만 본당 절터 좌우의 대소 전각을 비롯하여 상당히 큰절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옥녀봉 아래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옥녀봉과 상여봉 구수산을 거쳐 봉화령, 갓봉을 지나 모재로 다시 내려와서 임도를 따라 도로로 내려와서 백암해변도로를 걸었다. 해수탕 앞까지 약 18.7km를 걸었고, 시간은 5시간20분이 소요되었다.

높지 않아도 오르막 내리막이 심해 의외로 힘든 산행길이다. 산에 오르면 툭 터진 경치가 가막히게 좋다. 바닷가에는 풍력발전소가 있어 썰물 때 넓은 개펄과 함께 보는 맛이 일품이다. 산 입구에 있는 옥녀봉은 원불교 발상지다.

어려서부터 우주의 자연현상과 생로병사의 이치에 의구심을 품었던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께서 깨달음을 얻은 곳이기도 하다. 원불교의 근원성지이자 교단의 초석을 다진 곳이기도 하다.

▲원불교영산성지와 길용리

경사가 완만한 봉화령에서 내려다 보면 서쪽으로 드넓은 평야와 칠산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절경이 펼쳐진다. 또 구수산의 종점인 열부순절지에서는 백수해안도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구수산의 백수해안도로 능선은 그리 힘들지 않은 등산코스를 갖고 있으면서도 바다와 산이 만들어 내는 멋진 절경을 즐길 수 있는 좋은 산행코스다. 산행 후에 해안도로를 산책하거나 드라이브를 즐기고 법성포를 들러 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것이다. 총 산행 거리는 7.9km이며 산행 소요 시간은 3시간 10분이 걸린다.

한편, 구수산 갓봉을 중심으로 6·25전쟁 때 국군에 쫓기던 빨치산들이 숨어서 활동했다는 이야기가 구전돼 오고 있다. 수많은 양민들이 피난을 갔다가 희생을 당한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다.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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