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예(禮)에 맞지 않게 결합하거나, 남녀 간의 합당치 못한 결합을 의미 하며 오늘날에는 눈앞의 이익이나 좋지 못한 목적을 위해 서로 어울려서 결합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많이 쓰인다. 동양의 성인(聖人)이라 일컫는 공자(孔子)의 출생(出生)에서 야합이생(野合而生)이란 말이 처음으로 쓰였다.

공자는 노(魯)나라 창평향(昌平鄕) 추읍 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상은 송(宋)나라 사람으로 공방숙(孔防叔) 이라 했다. 방숙은 백하(伯夏)를 낳고 백하는 숙량흘(叔梁紇)을 낳았다. 숙량흘은 안씨(顔氏)의 딸과 야합하여 공자를 낳았다. 안씨의 딸 안징재(顔徵在)가 니구산(尼丘山) 에서 기도(祈禱)를 한 후에 공자를 얻은 것이다.

공자는 노나라 양공(襄公) 22년 (B,C 551년) 태어났는데 날 때부터 머리 중앙이 쑥 들어간 반면 주위가 불쑥 솟아있어 구(丘)라 이름을 지었다. 자는 중니(仲尼)이고 성은 공(孔)이다. 숙량흘은 공자가 태어나고 얼마 후에 죽었고 방산(防山)에 매장(埋葬)되었다. 방산은 노나라 동쪽에 있는데 공자는 부친의 묘소를 알지 못했다. 모친이 야합한 것을 꺼려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 <공자세가>≫에 나오는 이야기다.

야합을 당나라 장수절(張守節)은 사기주석서 ≪사기정의≫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남자는 태어나서 8개월이면 이가 나고 8세가 되면 젖니가 빠지기 때문에 이팔 16세에 양도(陽道)가 형성되어 통(通)하다가 팔팔 64세에 양도가 소멸(消滅)된다. 여자는 생후 7개월에 이가 생겨서 7세에 젖니가 빠진다. 이칠 14에 음도(陰道)가 통한 후 칠칠 49에 음도가 모두 단절(斷切:폐경)된다. 그러므로 혼인을 할 때 이 연령이 벗어나면 야합이 된다.」

또한 사기 주석가 당(唐)나라 당시 소사마(小司馬)라 불리는 사마정(司馬貞)의 사기색은(史記索隱)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 여기에서 야합이라고 말하는 것은 숙량흘은 늙고 안징재는 어려 장실초계(壯室初笄)에 예를 하지 않음으로 야합이라고 하고, 예의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공자의 아버지 숙량흘이 안징재를 취할 때 이미 나이가 72세였으므로 두사람의 혼인 자체를 야합이라고 한다. 또한 숙량흘은 사대부계층이었는데 안징재는 천민(賤民:무당)이었으므로 두 사람의 혼인은 예에 합당 하지 않아 야합이라고 한다. 장실초계의 예는 남자가 성년이 되어 아내를 취하는 예와 여자가 15세가 되어 비녀를 지르는 예를 말하는 것으로, 남녀가 성년이 되어 정식으로 결혼 하는 것을 말한다. ≪예기 <곡례>≫편 에는 남자나이 30을 장년(壯年)이라 하는데 아내를 취할 나이에 이르렀으므로 장실이라 칭한다. 고대에는 여자가 15세가 되면 비녀를 지르기 시작 했다. 여기에서 말한 야합이 현대 정치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야합이라고도 하고 특히 정치적으로 밀실에서 담합 했다고 해서 야합이란 말을 주로 쓰기도 한다. 그리고 옷을 천박하게 입거나 요염한 행동을 거침없이 할 때 야(野)하다는 말을 쓰기도 하는데 이 말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촌스럽다는 말과는 비슷한 것 같이 보이지만 차이가 있다.

이경일 회사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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