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한빛원전 4호기에서 ‘만약의 사태’가 발생했으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하지만 영광군민들과 한빛원전 관계자들 사이에는 너무 큰 인식의 차이가 존재한다. 군민들은 당장 가동을 중단하고 안전을 확보하라고 요구한다. 한빛원전 양창호 본부장은 “지역의 행보가 너무 성급하다. 주민참여 제3자 검증 등 해보고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원전에 대해 전문성이 없는 주민들에게 전문가가 한수 가르치려 드는 모습이다.

군민들은 물론 원전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원전의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은 안다. 스리마일과 체르노빌, 후꾸시마 원전 사고의 학습효과다. 물론 군민들의 의식은 방사능 누출 사고 가 발생했을 경우를 상정한 것이다. 반대로 양 본부장의 ‘느긋한’ 충고는 “원전 사고는 없다”는 전제를 달고 있다. 양 본부장의 말만 들으면 원전의 안전망은 원천적으로 필요 없는 ‘낭비’다.

우리는 양 본부장의 무책임한 대처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전문가라면 발전소의 가동과 핵 폐기물의 처리 과정 등에서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자세로 만약의 사태를 막아야 옳다. 그런데도 양 본부장은 “검증 등을 해보고 해도 늦지 않다”고 한다.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원전에 대한 상식이 부족한 탓이라 해두자.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안전망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불안해한다.

원전 관계자들의 안전 의식이 양 본부장과 같은 수준이라면 원전은 하루빨리 이 땅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사고 발생시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해 엄청난 두께의 철판과 콘크리트를 씌운 격납 건물을 짓는다. 콘크리트가 있어야 할 곳에 없고 그 때문에 철판이 썩었다. 당연히 원전의 안전에 큰 구멍이 뚫린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도 천천히 해도 늦지 않다니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다.

양 본부장의 문자 메시지에는 읽기에 따라 “시끄럽게 하지 말아 달라. 서로 좋을 것 없지 않으냐”로도 해석된다. 지역의 이런 저런 사업에 지원을 하고 있는데 지원이 끊길 수도 있다는 암시일 수도 있다. 그래서 양 본부장의 메시지가 치욕적이다. 영광을, 영광군민을 우습게 보는 한빛원전과 양 본부장에게 결코 우습지 않은 영광을 보여야할 때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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