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史記)의 저자 사마천을 우리는 잘 안다. 사기가 나오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을까?

중국 한나라 7대 임금 무제 때 흉노를 정벌하러 나섰던 이릉이란 장수 가 있었다. 이릉은 이광의 손자로서 당시에 최고의 무인 가문의 후예였다. 이릉은 5000여 군사를 이끌고 흉노와 치열하게 싸우다 10여 일 만에 중과부적(衆寡不敵)으로 패하여 항복하고 말았다. 이 사실을 모르는 한나라에서는 이릉이 죽은 줄만 알고 있었는데 그중에 탈출한 병사에 의해 항복을 하여 흉노에게 후대를 받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무제는 이릉의 일족을 참형하려 했다.

이릉은 옛날에 무인으로서는 최고의 권력을 자랑하던 집안이었지만 누구 하나 변호를 맡으려는 사람이 없었다. 분노한 무제의 눈치만 보는데 그중 사관이었던 사마천이 이릉을 변호하겠다고 나섰다. 사마천은 “적은 수의 보병으로 수만의 오랑캐와 싸우다 투항한 것은 뒷날 황은에 보답할 하려 잠시 기회를 얻기 위해 했을 것입니다.”라고 변호했다. 이에 극도로 흥분한 무제가 이릉을 변호한 사마천에게 괜한 화풀이를 하게 된다.

당시에 벌금으로 천금을 내는 방법, 궁형(생식기 절단), 사형 등 3가지의 죗값을 치르는 방법이 있었다. 이 중 돈 많은 사람들은 천금을 내고 죗값을 치르지만 보통의 사람들은 사형을 택하였다.그렇다면 사마천은 어떤 죗값을 치렀을까? 사마천은 3가지의 방법 중에 궁형을 선택했다. 이것은 죽기보다 더 치욕스러운 형벌이었고 세인들은 이를 이르러 ‘이릉의 화’라고 부른다.

이때 사마천은 자신의 참담한 심경을 친구 임안에게 편지로 이야기한다. “사람이 한번 낳아 한번 죽는 것을 누구나 있기 마련인데 내가 궁형을 받는 것은 九牛一毛(구우중일모)를 잃는 것 밖에 느끼지 못할걸세. 땅강아지나 개미와 내가 무엇이 다르겠는가? 세상사람들은 내가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면서도 죽지 않으니 졸장부라 여길걸세,”

사마천이 이런 치욕을 참고 살아남은 것은 사기를 아버지의 유지에 따라 집필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2년 후 중국 최초의 역사서로 손꼽히는 7000년을 담은 불후의 명작 사기 130권을 완성하여 오늘날까지 전해져 스테디셀러로 각광받고 있다.

사마천은 사관으로서 다른 사람들이 눈치 보며 하지 못한 정의로운 말을 한 것은 객관적 역사서를 쓰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했던 것이다. 위정자들이 역사를 바로 보고 정의로운 말을 하면 정치도 잘 될 것이다.

이경일 영광군 군남면/회사원

영광군민신문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