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합참의장 이·취임식에 참석했다. 이것도 남다른 행보지만 전역하는 이순진 전 합참의장에게 ‘깜짝 선물’을 전해 화제가 되고 있다.

군 생활 42년 동안 45번이나 이사를 했을 정도로 복무에 충실했던 이 전 의장은 요즘에는 특별할 것도 없는 부부동반 해외여행을 한 번도 못했다. 이를 전해들은 문대통령이 전역 선물로 캐나다 왕복 항공권을 준비 해 간 것이다. 딸이 캐나다에 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듯하다.

문 대통령의 세심한 배려도 눈길을 끌지만, 이 전 의장의 공직자로서의 자세가 새삼 가슴에 다가온다. 시·군·구 의원이나 지자체 공무원들의 외유성 해외여행이 곧잘 뉴스에 올라 국민들의 지탄을 받은 사례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하면 대장 계급에 이를 때까지 해외 부부여행 한번 다녀오지 않았다는 것은 요즘 풍속으로 차라리 희귀한 일이다.

철학자 칸트는 평생 독신으로 살았고, 고향 쾨니히스베르크(현 러시아칼리닌그라드)에서 150 Km 이상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었다. 그렇게 은둔의 삶을 살았으면서도 프랑스 파리에 대한 얘기를 가본 이들 보다 더 소상히 기술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사색의 힘이 경험을 넘어선 셈이다.

여행 마니아들의 얘기에 따르면 여행은 중독성이 있다 한다. 해외여행을 한번이라도 다녀 온 사람은 또 다시 나갈 궁리를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담배나 마약을 쉽게 끊지 못하는 것처럼. 더구나 각종 미디어의 해외여행에 대한 프로그램이 넘쳐나면서 유혹의 강도도 갈수록 더 강렬해지고 있다.

중독성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여론의 숱한 뭇매를 맞으면서도 공무의 탈을 쓴 외유성 여행이 그치지 않는 것만 봐도 그렇다.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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