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국민의당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1주일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 후보들 간 막판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경쟁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후보들 모두가 호남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 역력하다. 호남은 전체 당원 24만명 중 12만명이 집중된 최대 표밭이기 때문이다. 결국 호남의 민심을 잘 읽은 후보가 대표가 될 가능성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런 구도 탓인지 4인의 후보들 모두가 ‘약무호남 시무 국민의당’을 캐치 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다. 호남이 없으면 국민의 당도 없다는 뜻이다. 호남과 별다른 연고가 없는 이언주 의원 조차 ‘탈호남은 국민의당을 몰락으로 몰아가는 길’이라고 극단적인 언급을 내놓았을 정도다.

국민의당 탄생의 동력이 호남에서 만들어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총선에서 전남의 지역구 한곳을 빼놓고 전 지역을 석권했기 때문이다. 이 선거결과는 국민의당 도약은 물론 민주당의 집권에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호남의 뼈아픈 채찍질이 있었기 때문에 민주당은 겸허하게 거듭날 수 있었고, 이러한 성찰을 통해 집권에 이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총선의 뜨거운 동력을 대선까지 몰고가지 못한 국민의당을 탓하거나 또 스스로 자책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촛불광장과 탄핵정국은 국민의당에 설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미래 이미지를 지닌 안철수의 리더십이 허용될 수 없는 격랑의 정국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을 만들어 낸 호남이 문재인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것도 기이한 일은 아니다. 적폐의 상징이 된 보수 우파정권을 기필코 무너뜨려야 한다는 전략적 선택의 결과일 뿐이다. 안철수 후보가 내세운 중도 혁신을 받아들일 여유가 없었다. 만일 박근혜 정권이 중도 하차하지 않았다면 어떤 선거결과가 나올지는 솔직히 알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며, 그런 상황이 전개됐다면

국민의당의 위상 또한 지금과는 판이했을 것이다.

이처럼 정치는 상황극일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거둔 승리의 추억 혹은 대선에서의 아픈 실패의 기억을 버려야 당의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 현 상황, 그리고 다가올 지방선거‧총선‧대선을 위해 국민을 상대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차분히 준비해 갈 때다.

지금까지의 선거 결과를 보건데, 시대정신을 선점하지 못한 정당은 결코 집권에 이를 수 없다. 국민의당은 이런 측면에서 취약한 편이다. 우선 당을 이끌어가는 중추적인 정치인들의 이념성향 조차가 천차만별이다. 이는 곧 당 정강의 혼돈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으며, 지지자들을 강하게 결집시킬 수 없다.

작금의 상황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문제는 호남을 기반삼은 정당이지만, 호남을 지역구로 둔 정치인들의 정치적 욕망을 어떻게 전국정당화의 공의로 확대해 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 국민의당의 호남 정치인 대부분은 민주당의 텃밭정치에 힘입어 다선을 했던 중견 정치인이거나 혹은 민주당 심판론의 열풍 속에서 당선된 초선의원들이다.

이들은 전국정당화의 기치에 적극적으로 동조하지 않을 게 빤하며, 차후 총선 정국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연장하기 위해 민주당과의 통합을 들고 나설 여지가 많다. 최근 국민의당 내부의 동교동계 원로들이 안철수 축출론을 들고 나온 것도 그런 속셈의 발로일 것이다.

난감한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그 정도의 진통이 없이 어떻게 당이 혁신될 수 있겠는가. 정답은 어려운 게 아니다. 새물이 없이 고인 물이 바뀔 수는 없다.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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