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님께서 떠나신 8주기를 맞는 날입니다. 정권이 바뀐 것이 실감납니다. 그저 그렇게 지나던 날이 올핸 언론의 조명을 받는 걸 보니까요. 호남인에게 님은 희망이었고 자랑이었습니다. 노벨 평화상을 받고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빛날 자랑스러운 족적을 남기셨습니다. 하지만 ‘농사’엔 실패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분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소리는 요란하지만 과연 누가 계승하고 있는지 알 수 없어서입니다.

김 전 대통령의 사람들을 일컬어 사람들은 ‘동교동계’라고 하지요. 당연히 ‘동교동계’가 그분의 정신은 물론 정치적 유산까지도 이어갈 것으로 믿었습니다. 헌데 오늘 ‘동교동계’의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습니다.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던 ‘동지’들은 뿔뿔이 흩어져 부끄러운 모습들만 보이고 있습니다. ‘리틀 Dj'라 불리던 사람 등은 박근혜 정권에 ‘부역’을 자청했습니다. 그리고 모이 주어먹는 닭처럼 살다가 사라졌습니다.

원로라 할 대부분은 ‘후손’들과 불화하다 젊은 부자가 지은 집으로 거처를 옮겼지요. ‘대박’난 것처럼 보였지만 불과 1 년 만에 ‘쪽박’을 찬 모습이라니…. 최고 명문의 후예들이라기엔 ‘거시기’합니다. 내공이 생각했던 것보다 초라했습니다. 오늘도 ‘동교동계’원로들이 거취를 고민하는 모습이 언론에 조명됐습니다. 벤처 기업으로 성공한 젊은 부자를 찾아 의탁한 몸을 빼고 싶은데 가고 싶은 집에서 오란 소리를 하지 않아 냉가슴 앓는 모습입니다.

더불어 민주당은 김 전 대통령의 적통을 자임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은 노무현을 낳고 노무현은 문재인을 낳고….” 사실입니다. 사람과 시대의 변화에 따른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민주당 이외에 김 전 대통령의 후예를 자임할 정파는 보이지 않습니다. 한 뿌리에서 분가한 국민의 당은 대선 과정에서 좌우와 중도, 모두를 아우르겠다고 했습니다. 결과는 집토끼도, 산토끼도 다 놓치고 말았습니다.

프로 중의 프로를 자임하는 동교동계 원로들은 분명 후회하고 있습니다. 프로답지 못한 선택이었음을 고백하고 다시 민주당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을 것입니다. 민주당에서 손을 내밀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민주당으로서는 손을 내밀 이유가 없습니다. 국민의 당으로 인해 큰 아픔을 겪었습니다. 대선을 통해 겨우 치료를 마쳤습니다. 당을 다시 혼돈 속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인위적 변화를 바랄 까닭이 없습니다.

집안 어른의 선택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닙니다. 먹고 살만한 후손이 찬바람 맞고 있는 집안 어른을 모시는 것은 도리입니다. 나를 버린 것이 원망스럽다고 모른 척 하는 것도 도리는 아닙니다. 노인은 지혜롭습니다. 집안이 어려워질 가능성은 언제나 있습니다. 노인의 지혜는 그때 위력을 발휘합니다. 국민의 당에 재결합의 손을 내미는 것도 집안을 튼실히 하는 길이도지 않을까요?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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