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구 영산성지고 교사

영광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안학교 영산성지고등학교(교장 배춘희)가 있다. 시골에 있는 작은 대안학교이지만, 널리 알려진 간디학교나 이우학교와는 다른 성격의 대안학교이다. 개성이 강한 아이,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 에너지가 부족한 아이, 탄력적인 학교 시스템을 원하는 아이들처럼 다양한 아이들이 생활한다. 물론 일반 인문계 학교에서 잘 생활하던 보통 아이들도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기숙형 대안학교이다.

우리 아이들은 거칠고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절대 아니다.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들꽃과 같은 아이들이다. 화원의 꽃보다 힘들게 그 꽃을 피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비록 초라하고 찢긴 잎으로 살아가지만, 분명 진한 향기를 머금은 들꽃으로 피워나리라 믿는다. 꽃을 피우기 위해 물, 빛, 바람 등 여러 가지 조건들을 채워주고 다듬어 주기 위해 우리 학교 모든 교직원들은 사제동숙을 하며 조력자로써의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 학교를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이 물이고 빛이고 바람이 되어줄 수 있다고 얘기한다. 어느 바람에 흔들리는 꽃이 있을지 그 누구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과 나누는 찰나의 순간에서라도 그 마음이 흔들린다면 저와 교직원들은 더 바랄게 없다. 80여명이 살아가는 우리학교에서 단 한명이라도 말이다.

또한 우리 아이들을 24시간 보듬어주고 있는 헌신적인 선생님들이 이 곳에서 젊음과 열정을 바치고 있다. 우리학교 선생님들이 아마도 우리나라 최장 근로시간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다. 수업, 생활지도, 상담, 기숙사 사감, 시설 관리 까지 수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가정 같은 분위기와 아이들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라포를 형성하게 된다. 그 점이 늦은 밤까지 불을 끄지 못하는 선생님들의 노력의 결과라 생각한다.

나도 15년 이상을 앞만 보고 뛰느라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망각할 때가 있고, 내 몸이 조금씩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2003년 대안학교가 뭔지도 모를 시절에 시작한 나의 교직생활에서 주위를 둘러보게 만들고 다시금 힘을 내게 만드는 건 바로 들꽃 같은 우리 아이들이다. 지금은 우리 사회에서 대안교육이 자리 잡아 나가고 있듯이 우리 아이들도 그 몫을 해내고 있다고 본다.

영광의 바람, 물, 햇빛이 키워내고 있다는 자부심과 꽃을 바라보는 행복한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을 바라봐주길 바란다.

강민구 영산성지고 교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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