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도시와 농촌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이유가 뭘까요? 전 결국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시는 젊고 유능한 청년들을 끊임없이 유입하면서 그 에너지를 도시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습니다. 반면 농촌은 지난 몇 십년간 2-30대 젊은 사람들의 유출로 빠르게 늙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젊고 유능한 인재를 그 지역에서 성장시키고 지역민과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외부의 견실한 기업을 유치해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단 지역의 청년들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지원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우리가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먼저 불편한 진실을 말씀드리고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래 영광군 청년현황 자료에는 많은 내용이 숨겨져 있습니다. 영광군이 심각한 고령사회(65세 이상이 20%이상)로 이미 진입했다 것과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머지않아 청년들이 사라질 읍면이 눈앞의 현실이 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실 거주자가 주민등록상 거주자 보다 적다는 걸 감안한다면, 영광군은 가까운 미래에 심각한 위기상태를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그동안 중앙정부가 반도체, 자동차, TV 등 수출 산업에만 집중하면서 농업을 소외시킨 결과가 분명합니다. 하지만, 지방정부도 중앙정부에만 의존하였고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농업과 농촌을 천시한 것이 이런 현상을 부추긴 꼴이 되었습니다. 부모는 자신들처럼은 살지 말라며 최선을 다해 자식들을 가르쳐 도시로 보냈습니다. 자녀의 도시 진출은 마을에서 자랑거리였고, 부모의 자부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지역에 남아있는 청년을 위축시켰고 자존감을 땅에 떨어지게 하는 부작용도 함께 남겼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울에서 대학원까지 공부할 수 있었던 것도 증권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부모님의 노력과 헌신이 만들어낸 결과였습니다. 그렇게 키운 아들이 귀농을 결심했을 때 가장 심하게 반대하셨던 분이 제 어머니였습니다. 서울에서 영광으로 내려오는 것 자체를 실패로 여겼고 상당기간 한심하고 안타깝게 생각하셨습니다.

하지만, 전 분명 도시보다 농촌이 더 비전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언젠가는 떠나야 할 회사보다는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고향과 농업이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뒤늦게 농업을 시작했지만, 도시나 농촌 한쪽에 치중되지 않는 시각과 경험은 부모님께서 닦아놓은 기반에 제 노력이 더해지자 제가 꿈꾸던 일들이 하나씩 현실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제 생각에 동조하는 분들이 한,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감 농장을 운영하면서 감을 이용해 가공품도 만들고, 지역 농업인들과 별난농부들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직거래를 통해 소득을 올리고 있으며, 여러 지역에서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아내와 함께 정보화 마케팅 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모두가 지역에서 어렵고 생소하다고 생각했었던 일들입니다.

끝으로, 지역에서 청년으로 산다는 건 단지 열심히 사는 것 만이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아이들이 꿈을 꾸고 부모가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위해서 우리 스스로 하고 있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지금보다 더 나은 가치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알려 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농업, 농촌의 품격을 높이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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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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