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수 취재기자

살충제 계란 파동이 숙지지 않고 있는 마당에 이번에는 발암 논란 물질이 들어 있는 생리대가 시중에 광범위하게 유통돼 왔다는 사실이 불거졌다. 대형마트 3사가 문제의 생리대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제조사도 환불 조치에 나서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부 주무 부처다. 살충제 계란 파동 때 미숙한 대처로 여론 뭇매를 맞은 바로 그곳이다. 아니나 다를까 생리대 파동에서도 부실한 사전 예방 및 사후 대처를 민낯으로 드러냈다.

유해 성분 생리대 파문은 이미 1년여 전에 시작됐다. 특정 회사의 생리대 제품을 사용한 이후 생리량이 줄거나 생리통이 심해졌다는 소비자들의 주장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됐다.

당연히 실태 조사를 해야 할 상황인데도 식약처는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결국 한 여성시민단체가 지난해 10월 국내 유통 생리대 10종에 대한 조사를 국내 한 대학에 의뢰했고, 모든 제품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 같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의 유해 물질이 22종 검출됐다는 충격적 결과를 올 3월 발표했다.

식약처는 문제의 유해 성분이 들어 있는 생리대 품목에 대해 2015년과 지난해에 적합 판정을 내린 바 있다. VOCs가 국내 관리 기준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시민단체 발표 이후 피해 신고가 쇄도했고 생리대를 전수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그때까지도 식약처는 소비자 피해 사례가 나오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식약처가 손을 놓은 사이 주부들은 문제의 생리대를 제조한 회사가 생산한 아기용 기저귀를 계속 사용해도 되는지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지금 국민들 사이에서는 생활 화학제품 사용을 꺼리는 이른바 ‘케미포비아’까지 번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독성 물질로 수백 명의 무고한 목숨이 희생되는 전대미문의 비극을 겪었으면서도 식약처는 별반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비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뒤늦게 식약처는 국내 유통 생리대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때가 늦어도 한참 늦었다. 돈만 좇는 기업의 양심 불량과 식약처의 무능한 대처 때문에 국민 생명과 건강이 심각히 위협받고 있다.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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