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혼례에 쓰이는 음식 가운데 폐백음식이 가장 중요하다. 혼인하고 시부모를 처음 뵙는 의식인 터라 차림이 화려하면서도 기품을 갖춰야 한다.

밤‧대추‧포‧술은 폐백음식의 기본 바탕이다. ‘오례의(五禮儀)’를 보면 “신부가 시가로 가서 시부모를 뵐 때는 밤‧대추‧포를 드린다”고 하였다. 시아버지에게 밤과 대추를 올리는 것은 공경의 뜻이며, 자손 번창과 시가와의 합체 의례를 강조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또 절하는 신부에게 대추를 던져주는 행위는 아들을 낳으라는 주문 의식이다.

그러나 폐백음식은 지방과 가문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이 때문에 옛날엔 그 집안의 폐백 상차림을 엿보는 것이 혼례 장을 찾는 즐거움 중의 하나이기도 했으니, 폐백 상차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종가의 전통을 전승하는 일에 다름없었던 것이다.

영광군에 따르면 음식명인 최윤자씨가 전남도 무형문화재 혼례음식 예능보유자로 지정예고 된다. 전남의례음식장 예능보유자로 인정된 최윤자 선생은 영광 창녕 조씨 가의 혼례음식을 4대째 전승하고 있는 전승자다. 시증조모(平山申氏, 1863~1912)와 시조모(羅州孫氏, 1871~1939), 시모(牟京禮, 1903~1992), 최윤자씨까지 140년의 계보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하니 그 의미가 남다르다.

전통 혼례가 사라지고 있다. 만들어진 제수품을 사다 제사상을 차리는 것 정도는 애교다. 폐백닭(암수), 밤대추고임, 구절판을 기본으로 하고 육포‧모듬강정‧꽃송편(메떡)‧모싯잎꽃찰떡 등이 추가된다. 천연색소나 고명으로 쓰이는 꽃장식도 옛날과 다름없이 천연재료를 사용하는 최윤자씨의 폐백음식은 사진으로 보기 힘든 ‘작품’이다. 박수를 보낸다.

호텔 결혼식이 유행인 요즘에도 폐백 상만은 전례에 따라 갖춰지는 편이긴 하다. 허례가 아닌 일종의 문화계승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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