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의 멸망을 부른 서 태후의 음식 사치는 대단했다고 합니다. 한 끼 식사에 200가지의 음식을 먹었다는 말도 있습니다. 작은 여인의 몸으로 어떻게 200가지에 달하는 음식을 먹었겠습니까. 중국인의 과장을 감안한다 해도 보통 사람들로서는 상상도 못할 갖가지 음식이 서 태후에게 바쳐졌을 것입니다. 눈으로, 코로, 입으로 먹었답니다. 보기만 하고 고개를 까딱 하면 그대로 뒤돌아 나갔답니다.

가까이 가져온 음식도 냄새만 맡고 내보낸 것이 많았겠지요. 정작 서 태후의 입에 들어간 음식은 10가지도 채 안 됐을 것입니다. 작은 체구인데다 까다로운 입맛까지 감안하면 거의 다 남았겠지요. 다행히 중국 음식은 주인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주인이 남긴 음식은 계급에 따라 차례로 아랫사람들의 몫이 됐답니다. 시각을 달리하면 모든 식솔들이 다함께 좋은 음식을 나눠먹는 긍정적인 문화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엊그제 뵌 식도락가 한분은 음식 즐기는 방법이 서 태후 보다 한 가지 많았습니다. 귀로도 먹는답니다. 사람들의 “맛있겠다” 혹은 “맛있다”는 말도 음식 대하는 즐거움을 크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식욕과 성욕, 잠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살아가고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가르치지 않고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납니다. 이 두 가지가 충족되면 잠을 자야 합니다. 이것이 인간의 삶이고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문화입니다.

성욕과 잠은 남과 함께 만족할 수 없습니다. 식욕은 혼자보다 여럿이 먹어야 만족도가 높지요. 남이 맛있게 먹는 것만 보고도 즐거운 것이 식욕입니다. 요즘 ‘먹방’(먹는 방송)이 인기를 누리고 ‘셰프’(요리사)의 인기가 날로 치솟습니다. 더 맛있게, 더 멋있게, 더 좋은 음식을 먹겠다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입니다. 배만 부르면 식욕 본능이 만족되던 시대는 갔습니다. 음식은 이제 단순한 배만 채우는 것이 아닙니다. 맛과 멋 까지 더해 날로 가치를 더해가는 문화 입니다.

입맛도 변하고 음식도 변합니다. 세계화는 음식에도 적용돼 많은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문화도 세계화 합니다. 하지만 우리 고유문화의 계승, 발전은 소중합니다. 우리 나라, 우리 민족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고유문화가 사라지면 나라도 민족도 사라집니다. 국제적 경쟁력도 사라집니다. 음식문화에 탐닉하는 세상에서 우리 고유 음식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 소중한 이유입니다.

영광의 음식명인 최윤자 선생이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혼례음식 예능보유자로 지정된다고 합니다. 무형문화재가 된 것입니다. 무형문화재는 ‘달인’입니다. 음식문화가 꽃피는 시대, 영광에서 혼례음식의 달인이 탄생한 것은 정말 반가운 소식입니다. 영광의 높은 문화 수준을 내외에 과시했기 때문입니다. 시댁(창녕 조씨) 혼례음식을 4대째 이어온 최윤자 선생의 효심과 정성, 우리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정신을 높이 삽니다. 더욱 정진하십시오.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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