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잎은 서로 만나지 못하지만 서로 끝없이 생각한다'는 상사화(相思花). 이 꽃에 얽힌 전설은 하나같이 서로 사랑하고 그리워하지만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연이다. 그래서인가. 상사화는 아름다운 사랑을 상징하는 꽃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어느 스님이 세속의 처녀를 사랑하여 가슴만 태우며 시름시름 앓다가 입적(入寂)한 후 그 자리에 피어났다는 사연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스님을 사모하여 불가로 출가하겠다는 딸을 억지로 결혼시켜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살게 해 이루지 못하는 사랑에 홀로 애태우다 죽은 여인의 넋이 꽃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인도의 공주와 한국의 경운 스님이라는 구체성을 띄기도 한다.

옛날 어떤 처녀가 수행하는 어느 스님을 사모하였지만 그 사랑을 전하지 못하고 시들시들 앓다가 눈을 감았다. 어느 날 그 스님 방 앞에 이름 모를 꽃이 피자 사람들은 상사병으로 죽은 처녀의 넋이 꽃이 되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 한결같이 이루지 못한 사랑의 애절함이 담겨 있다.스님과의 사랑을 담은 꽃이기 때문인지 상사화는 절에 많이 핀다. 실제 상사화를 절에서 많이 심는 이유는 인경(鱗莖)에서 전분을 추출하기 위해서다. 탱화를 그릴 때 상사화 꽃은 말려 물감을 만들고, 뿌리는 즙을 내어 칠을 하면, 좀이 슬지 않고 색도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도 영광 불갑사에는 유난히 상사화가 많다.

영광 불갑산에는 아름다운 사랑을 상징하는 꽃 상사화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핀다. 영광군은 상사화가 절정에 이르는 9월에 상사화 축제를 연다. 전국에서 많은 사랑꾼들이 찾아와 사랑을 확인한다. 그 선명한 색과 아름다움에 반한 사진 마니아들도 매년 불갑사 상사화를 찾아 카메라에 담는다. 마치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상사화 축제를 찾는 인파는 해가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1백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찾는다. 여름 꽃이 지고 국화 등 가을꽃이 피기 전 화려하게 피어나는 상사화의 매력은 갈수록 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다. 불갑산 상사화 축제는 올해로 17회를 맞는다.

9월 15-24일 까지 ‘상사화! 사랑애(愛) 담다’

야간 상사화 퍼레이드‧송소희 축하무대 ‘강추’

올해 상사화 축제는 붉은 융단을 깔아놓은 듯한 불갑사관광지 일원에서 9월 15일부터 24일까지 10일간 판을 벌인다. 기존 3일 동안 진행되었던 축제를 10일로 연장하면서 더욱더 다양한 볼거리와 참여 프로그램이 기다리고 있다.

‘상사화! 사랑애(愛) 담다’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축제는 단순 공연 위주의 무대에서 벗어나 공연과 전시행사를 확대해 볼거리를 더했다. 꽃구경에 더해 불갑사와 내산서원의 문화유적지와 산행까지 즐길 수 있다. 특히, 야간프로그램으로 ‘참사랑 소원 등(燈)달기’‘상사화 야간 퍼레이드’가 대표적인 야간프로그램이다.

상사화 야간 퍼레이드는 올해 처음으로 선을 보인다. 인도 공주와 경운스님의 설화를 배경으로 다양한 캐릭터가 함께 꽃길 사이를 지난다. 퍼레이드 구간은 불갑사 해탈교 입구에서 일주문까지. 설화의 핵심은 꽃과 잎이 평생 만나지 못하는 애절한 사랑을 뜻하는 말로 아름다운 여인을 짝사랑한 스님이 죽어 절집 옆에 꽃으로 피어난 전설이다.

‘상사화 결혼식’과 ‘상사화 꽃길 걷기’가 펼쳐지고 개막식에 이어 국악인 송소희와 뮤지컬 배우 이건명이 펼치는 콜라보 공연 ‘어느 멋진 날에’의 축하무대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상사화 우체통'은 설치하여 사랑하는 연인‧친구‧가족들에게 엽서를 이용 사연을 적어 보내 1년 후에 받아 볼 수 있도록 하여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방문객들이 참여하는 사랑 커플이벤트를 비롯해 추억의 교복·한복체험, 상사화 SNS 사진 인증샷 이벤트, 상사화 벽화체험 등 체험행사가 마련됐다. 상사화음악회, 어린이가요제, 바다의 모험(인형극), 전국다문화모국춤 페스티벌 등 무대 행사를 비롯해 지역 동호회가 중심이 돼 펼치는 수석‧분재‧사진·미술·서예·시화전 등 전시행사도 풍성하다.  지역 농산물을 싸게 구입하는 특산품 판매장과 마을장터를 운영하고 지역주민이 축제에 직접 참여하는'소원성취 사랑의 연줄 드리우기' 행사도 마련됐다.

상사화는 9월 5일부터 9월말까지 개화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9월 21일 내산서원 일원에서는 수은 강항선생 학술 세미나, 22일 10개 읍면이 참가하는 농악경연대회, 23일에는 상사화 결혼식(전통혼례)이 진행된다.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가을 꽃 축제로 자리 잡은 불갑산상사화축제는 더 많은 볼거리와 즐길 거리, 먹거리를 준비했다. 많은 관광객들이 붉게 타오르는 상사화 꽃길을 걸으며 정열적인 사랑과 아름다운 추억을 담아갈 수 있다. ‘강추’다.

유창수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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