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로 갈라진 이웃이 ‘우리’가 되는 행사를”

“선거 때 갈라져 평소 외면하고 살던 이웃도 다른 읍‧면과 다툼이 생기면 힘을 합해 싸운다. 그렇게 다시 화해하고 화합하는 잔치 마당이 아쉽다.” 70세 김 모씨(군서면).

“잔치판은 난장처럼 사람이 많이 모여야 써. 조금은 시끄럽고 무질서한 것 같아도 그런 행사가 있어야 헌디. 어서 뭣헌지도 모르겄대.” 74세 박 모씨(영광읍).

“군민의 날은 어른들 잔치가 아닌가요?” 고교 2년 강 모군.

지자체마다 지역민의 날을 정해 행사를 갖는다. 공동체 의식을 갖고 화합을 다지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행사를 위한 행사로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명분은 지역민 화합잔치 이지만 실속이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예산만 낭비한다는 비난을 받는 경우도 없지 않다. 2일부터 5일 까지 4일간에 걸쳐 영광 군민의 날 행사가 치러졌다. 전국 어느 지자체보다 오랜 기간 행사를 치른다. 생일잔치를 4일간이나 한 셈이다.

영광군이 군민의 날을 제정, 행사를 해온 지도 벌써 41년째다. 공자님 말씀을 빌면 ‘불혹(不惑)’, 즉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다는 세월이다. 중요한 것은 그 세월이 아니다. 얼마나 알차게 성장 했는가 이다. 문화 행사와 체육 행사가 한 해 건너 치러진다. 군민의 문화 욕구와 체육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특정 종목의 운동이나 문화 활동을 즐기는 군민들은 행사의 주역으로 참여하면서 잔치를 즐길 수 있다.

아쉬운 점은 그런 취미나 특기가 없는 대다수의 군민들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관객보다 작가가 많은 전시회, 관객 보다 선수와 관계자가 많은 체육 행사는 구태여 군민의 날 기념행사가 아니어도 할 수 있다. 오히려 이런 행사들은 군민의 날 행사에서 배제하자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백화점식이 아닌 선택과 집중으로 행사의 효율을 높이자는 말이다.

지역 축제는 대부분 관광객 유치가 주 목적이다. 산업용인 것이다. 하지만 군민의 날은 군민들의 생일잔치라는 의미를 갖는다. 군민들에게는 관광객 유치가 목적인 축제보다 큰 의미가 있다. 군민들이 직접 참여해 즐길 수 있는 많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잔치의 주인공인 군민들의 많은 참여가 없다면 군민의 날 행사는 그 의미가 없다. 사람 없는 잔치판은 흥이 없다.영광군은 군민의 날 행사에 대한 여론조사나 사후 평가를 해야 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군민의 요구도 반영해야 한다.

말 없는 대다수 군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군민의 날 행사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냥 해왔으니까 한다”는 생일잔치는 의미가 없다. 지역발전에 헌신한 분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효자‧효부의 정신을 새기며 장학금을 수여하는 날에 군민들에게 흥겨운 놀이마당을 마련해주기 위해 영광군이 고민해야 한다.

남녀노소 군민의 말에 귀 기울이면 그 속에 답이 있다.

조철상 기자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