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일본이 원산지인 상사화는 백합목과의 알뿌리를 지닌 여러해살이 풀이다. 여름철에 잎이 마르면 꽃대가 자라나 늦여름에서 초가을에 꽃을 피운다. 약용으로도 사용하는데 종기에 특효하고, 일본에서는 녹총이라 부르며 즙을 발라 주근깨나 여드름을 없애는데 사용한다.

꽃이 필 때 잎은 없고, 잎이 자랄 때는 꽃이 없어 서로 볼 수 없다는 뜻에서 상사화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잎은 늘 꽃을 생각하나 꽃을 볼 수 없고, 꽃은 또 늘 잎을 생각하나 잎을 볼 수 없는 별리에 빗댄 말이다.

서로 그리워하는 남녀가 만날 수 없을 때 걸리는 마음의 병인 상사병이나 마찬가지의 이치다. 상사(相思)라는 한자어도 똑 같다. 이러한 꽃말 때문인지 아름다운 여인을 짝사랑한 스님이 죽어 절집 옆에 꽃으로 피어난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인도공주와 경운 스님의 설화가 그 배경이다.

꽃말은 이렇듯 다소 슬프지만, 붉은 빛이 강한 자주색 꽃을 피우는 상사화는 화려하고도 소담스러운 자태로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관상 화다. 대체로 군락을 이루기에 개화기가 되면 온 산이 붉게 타오르는 듯하다.

영광 불갑사 일원에 피는 상사화 군락은 황홀한 볼거리로 전국적 명성을 얻고 있다. 이 천혜의 상사화 군락지 자원을 활용해 군은 매년 상사화 축제를 게최 하고 있다. 올해도 9월 15일부터 24일까지 10일간 축제가 열린다.

해를 거듭할수록 풍성해지고 있다.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이 돋보인다. 꽃길 걷기, 그리고 야간 퍼레이드는 꼭 함께 하고 싶다. 상사화 우체통에 쑥스러워 고백하지 못한 사랑도 전하고 싶다. 무엇보다 마라난타 창건설이 유래하는 백제 불교 도래지이기도 한 천년 고찰에서 덤으로 상사화를 즐긴다는 게 매력적이다. 국내에 이만한 가을 여행은 없을 것이다.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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