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조개와 도요새가 싸우는 틈을 타서 어부가 둘 모두를 취했다는 뜻. 두 사람이 맞붙어 싸울 때 엉뚱한 제삼자가 이익을 보는 경우를 말한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유세객(遊說客)으로 이름을 떨치던 소진(蘇秦)이 죽고 그의 동생 소대(蘇代)가 활동하던 때였다. 연나라는 거듭된 흉년으로 백성들은 굶주림으로 허덕이고 있었고, 이웃 조나라는 그 틈을 이용하여 연나라를 침공(侵攻)하려고 했다. 이에 연나라 세객 소대가 침공하려는 조나라 군주 혜문왕(惠文王)을 찾아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한다.

“제가 오늘 조나라로 들어오면서 역수(易水:연나라와 조나라의 국경을 이루는 강)를 건너다 보니 물가에 방합(蚌蛤:민물 말조개)이 조가비(조개껍데기)를 벌려 속살을 드러 내놓고 있었습니다. 마침 먹이를 찾던 도요새가 이를 발견하고 정신없이 달려들었습니다. 도요새가 긴 부리로 방합의 속살을 찍는 순간, 방합은 재치 있게 조가비를 오므려 도요새의 부리를 꽉 물어 버렸습니다.

도요새는 있는 힘을 다하여 부리를 빼려고 했지만 간단치가 않았습니다. 도요새는 그제야 방합의 힘이 좋은 줄 알았지만, 놓아주지 않고 힘껏 물고 늘어지는 방합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날수도 그렇다고 뛸 수도 없었습니다. 애써 태연한척 하면서 도요새는 방합에게 ‘오늘도 비가오지 않고 내일도 비가 오지 않는다면 아마도 너는 죽게 될 걸(물이 없어져 방합이 말라 죽는다는 것)!’ 하면서 은근히 위협(威脅)을 했다.

방합도 역시 질세라 한마디 한다. ‘오늘도 햇볕이 들지 않고 내일도 햇볕이 들지 않는다면 도요새 한 마리가 죽게 될 걸(물이 많아져 도요새가 물에 잠길 것 이라는 뜻)!’ 했습니다. 도요새와 방합은 서로 누가 죽는지 두고 보자면서 자존심(自尊心)을 누그러뜨리지 않았습니다. 서로 양보는 없이 어부가 오는 줄도 모르고 싸움에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어부가 지나다가 이 광경을 보고 도요새와 방합을 붙들어 모두 구럭에 처넣고 말았습니다. (蚌鷸相持, 漁翁得利).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조나라는 연나라가 기근(饑饉)에 시달리는 틈을 타서 치려하고 있습니다. 연나라가 비록 흉년은 들었다 해도 소왕은 백성들의 지지를 절대적으로 받고 있으며 또한 명장 악의(樂毅)가 국방을 담당하고 있어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조나라가 승산(勝算) 없이 연나라를 침공했다가 아무 소득(所得) 없이 퇴각(退却)하게 된다면 국력이 피폐(疲斃)함은 물론이고, 선린(善隣:이웃과의 친선)의 정신에도 크게 타격이 있을 것입니다.

그 피해가 여기까지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으나, 이틈에 이리 같은 강대국 진나라가 만약 공격해 온다면, 조나라와 연나라는 제가 말씀드린 방합과 도요새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고, 진나라는 어부처럼 힘들이지 않고 조나라와 연나라를 취하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점이 크게 우려(憂慮)되어 이렇게 말씀드립니다.”조나라 혜문왕은 인상여(藺相如), 염파(廉頗)등를 등용해서 내치(內治)와 외교(外交)에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현명(賢明)한 군주였다. 적국 사신이지만 소대의 논리(論理) 정연한 변설(辨說)을 받아들여 연나라 침공을 즉시 중지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서로 양보(讓步)를 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다가 모두 함께 손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때로는 내가 조금 손해라 할지라도 양보 해주는 미덕(美德)도 필요할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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