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여러분은 비슷한 물건이 놓여 있을 때 어떤 기준으로 물건을 선택하십니까? 저는 먼저 브랜드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가격을 비교합니다. 주머니 사정에 따라 비싼 브랜드를 선택하기도 하고 저렴한 브랜드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우리는 브랜드만으로 그 제품을 미리 평가를 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가 구매하는 대부분의 제품에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그리고 생산자 정보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럼 우리가 생산하고 판매하는 농산물은 어떨까요? 아래 사진은 20kg 쌀입니다. 육안으로 이 쌀이 국산인지 중국산인지, 2017년 햅쌀인지 묵은쌀인지 구분이 되시나요? 포대를 열어 내용물을 꺼내 봐도 쉽지 않으실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 농민들은 농협에 납품을 하고 남은 쌀을 이렇게 포대에 담아 지인들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비단 쌀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 농산물이 사정이 비슷합니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20kg 백미

아래사진은 작년에 귀농한 한 젊은 농부가 지난주 수업시간을 통해 만든 ‘따사롬’ 이라는 제품입니다. 그 젊은 농부는 서울에 살고 있는 지인들을 시작으로 200명 정도 당골 고객을 확보해 전량 직거래로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200명이면 농협에 납품하지 않아도 직거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그럼 이 제품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을까요? 이 젊은 농부도 대부분의 농민들처럼 마음만 앞섰지 정말 막막했다고 합니다. 그럼 ‘따사롬’ 제품이 만들어진 과정을 여러분께 설명 드리겠습니다.

제일 먼저, 자신의 철학과 자신이 키운 제품을 잘 어필할 수 있는 농장명을 정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정말 중요하고 어렵습니다. 한번 이름을 정하면 나중에 수정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그러니 아이가 태어날 때 이름 짓는 것처럼 고민과 고민을 더해 만들어야 합니다. 다행히 이 젊은 농부가 정한 ‘따사롬’ 이란 단어는 특허청(www.kipris.or.kr)에서 검색해보니 상표등록이 가능한 이름이었습니다. 이 내용을 확인해 주었더니 다음날 곧바로 상표등록 신청을 했습니다. 그리고 농장명을 브랜드명과 동일하게 ‘따사롬’ 이라고 결정하였습니다.

두 번째로 포장용기를 결정하였습니다. 이 젊은 농부는 자신의 농산물을 먹을 대상을 전 직장동료인 3-40대를 타겟을 삼았기 때문에 보관이 용이하면서도 먹기 편한 500g, 1kg 벽돌모양의 소포장 용기를 선택하였습니다.

▲벽돌포장지와 스티커를 이용해 새롭게 태어난 ‘따사롬’

다음은 스티커 제작입니다. 사실 이 분은 제품이 없었습니다. 포장기기도 아직 구입하지 않았고, 쌀 수확도 1달여 정도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포장기기 업체에 전화해 샘플 제품을 보내달라고 몇 번을 부탁해 택배로 제품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택배회사에 직접 방문해 찾아오는 열의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라벨지를 이용해 임시 스티커를 만들어 주었고, 사진과 같은 결과물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따사롬’ 이라는 훌륭한 제품이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소비자는 쌀을 보관하기 편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좋고, 생산자는 기존 20kg 제품보다 2배정도 부가가치를 올려 서로 좋게 되었습니다. 별난농부들의 ‘홍춘이’ 도 이런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목장의 우유병과 스티커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었고, 무지박스를 이용해 판매를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선물용으로 주문이 많아지자 지금의 포장재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우리가 키운 농산물에 디자인과 스토리텔링을 입힌다면 적은 비용으로도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농산물의 품격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브랜드야말로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티커와 무지박스를 활용한 초창기 홍춘이 제품

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news@ygweek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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