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구습(舊習)에 젖어 시대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을 일컫는다. 지나간 일에 얽매이지 말고 시류(時流)에 맞는 행동을 취하라는 교훈으로 많이 쓰인다.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말인데 저자 한비(韓非)는 전국시대 한(韓)나라 공자(公子)로써 법가(法家)학파로 순자(荀子)에게 배운 법치주의를 도입하려 했고 말더듬이여서 말로서 자기의 소신을 마음껏 펼치지 못했다. 그래서 글로 표현한 책이 ≪한비자≫다.

한비는 스승 순자로부터 이사(李斯)와 더불어 법치주의를 배웠으나 이사는 한비의 출중함을 따르지 못했다. 한비는 강대국 진(秦)나라로부터 늘 침략을 받는 조국(祖國) 한(韓)나라 왕에게 글을 올려 간(諫)했으나 왕은 한비의 간언(諫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한비는 “관직에 녹봉만 줄 줄 알았지 충직하고 외부의 모욕(侮辱)을 막을 만한 인물을 구하지 못하고 부국강병(富國强兵)에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지 못하며. 뇌물(賂物)을 거두고 명예나 탐하는 무리들을 받아 들인다”라고 개탄(慨歎)하면서 고분(孤憤), 오두(五蠹), 내외저(內外儲), 세림(說林), 세난(說難)등을 편명으로 하는 10만여 자의 ≪한비자≫를 저술하였다.

“상고(上古) 때는 인간이 적고 짐승들이 많아 이들이 끼치는 피해를 이겨 낼 수가 없었다. 지혜(智慧) 있는 이가 나서서 나무를 얽어 둥지를 틀게 하여 그런 위험에서 안전하도록 했다. 그러므로 그를 받들어 왕으로 삼아 유소씨(有巢氏)라 칭(稱)하였다. 인간이 초목(草木)의 열매, 조개를 먹어 비린내와 악취로 위장(胃腸)이 상(傷)하게 되면서 질병에 시달렸다. 이때 지혜 있는 이가 앞장서 사람들에게 나무를 마찰하여 불을 생산 하도록 하고 모든 것을 익혀 먹도록 가르쳤다. 그러므로 그를 왕으로 삼아 수인씨(燧人氏)라 칭(稱)하였다. 중고(中古)시대에 천하가 홍수로 잠기게 되자, 곤(鯤:우왕의 부친)과 우(禹)왕이 물길을 강으로 모이게 했다. 근고(近古)에 와서는 걸(桀)왕과 주(紂)왕이 폭정(暴政)을 행하므로 탕(湯)왕과 무(武)왕이 점령하였다. 중고시대에 와서는 상고 때처럼 나무를 마찰하여 불을 생산하려한다면, 곤과 우는 웃었을 것이다. 근고에 와서는 중고시대 때처럼 물길을 돌리려 한다면, 탕왕과 무왕이 또한 웃었을 것이다. 현재에 와서 요(堯), 순(舜), 우(禹), 탕(湯)의 통치 방법을 따르려 한다면 새로운 인물은 그때마다 웃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슬기롭고 지혜 있는 사람은 굳이 옛일을 답습하지 않고 관행(慣行)을 따르지 않는다. 정치를 하려는 자는 반드시 그때마다 적절한 정책을 펴야 훌륭한 정치가이다. 송(宋)나라에 밭갈이 하는 자가 있었다. 밭 가장자리에 나무를 베어낸 그루터기가 있었다. 하루는 산토끼가 달려오더니 그루터기에 부딪쳐서 목이 부러져 죽었다. 농부는 다음부터 쟁기는 그만두고 그루터기만 지키며 또다시 토끼만을 기다리는데 토끼는 얻지 못하고 자신은 송나라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지금 선왕(先王)의 통치 방법으로 현재의 백성을 다스리려는 것은 모두가 이 농부처럼 그루터기 앞에서 토끼를 기다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어눌했던 한비는 책을 통하여 전하기를 과거의 정책을 비판 없이 답습하려 하지 말고, 시의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역설했던 것이다.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발전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경일 회사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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