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우리나라 대표 음식인 김치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지금으로부터 약 3천 년 전에 쓰인 중국의 옛 문헌 『시경』이다. ‘오이를 깎아 저(菹)를 만들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언제부터 김치를 먹었는지에 대해서는 일본 도다이사 정창원에 소장되어 있는 『신라촌락문서』나 『연희식』의 기록을 통해 유추하건데, 삼국 시대 이전인 상고 시대부터 김치를 먹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시대 초기에는 김치에 들어가는 부재료가 다양해지면서 여러 종류의 김치 담그는 방법이 개발되어 오늘날과 비슷한 형태의 김치가 만들어졌다. 1700년대 중엽에 속이 꽉 찬 결구형 배추가 중국을 통해 전래되면서 배추 속에 여러 가지 채소와 양념을 넣어 젓갈과 함께 담그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통배추 김치가 자리를 잡았다.

문화재청이 한국인의 공동체 음식문화인 ‘김치 담그기’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한다고 예고했다. ‘김장문화’가 이미 201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지만, 이번 문화재 지정은 그보다 폭넓은 개념으로 각 지역의 특색 있는 김치문화까지 함께 포함하고 있다.

의미 있는 결정이다. 김치 담그기는 단순한 음식문화이기 보다는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1년에 한 번씩은 참여하는 민족공동체 문화이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도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매김 된지 오래다.

기왕에 무형문화로서의 가치가 인정됐으니 김치를 맛으로만 풀어가는 기존의 음식문화 패턴에서 벗어나 문화적 확장성을 위한 노력들이 이뤄졌으면 싶다. 서사와 퍼포먼스가 있는 우리 고유의 공동체 문화로 보폭을 넓혀보자는 얘기다.

시퍼렇게 간 칼을 들고 참치를 해체하는 것을 퍼포먼스화 하고 있는 일본의 참치쇼 보다는 훨씬 더 문화적인 볼거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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