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광의 가장 큰 화두는 운동선수들의 동계 전지훈련이다. 전국 어느 시‧군보다 많은 선수들이 영광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112개 팀, 2300여 명. 상상도 못 했던 대규모 전지훈련이다. 2300명이 영광의 식당에서 먹고, 영광의 숙박업소에서 잔다. 학부모들까지 와서 하루 이틀씩 묵어 간다. 언론은 영광이 동계 전지훈련의 ‘메카’가 됐다고 흥분하고 있다. 영광군은 올 겨울 전지훈련의 경제 유발 효과를 연인원 3만 명에 3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예년의 배가 넘는 성과다.

영광군의 스포츠 마케팅이 이같은 성공을 거두게 된 중심에 백수 출신 김 용갑이 있다. 동국대학교 축구 감독 김 용갑의 고향 사랑이 영광을 전지훈련의 ‘메카’로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축구 인생 40년의 인연과 노 하우를 동원, 14개 팀을 영광에 모았다.

축구 선수 출신으로 아직도 축구 인생을 살고 있는 김 용갑(金 龍甲)에게 고향 영광은 언제나 그립다. 생각만 해도 좋다. 따뜻해진다. 죽을 때가 아니라도 그의 머리는, 마음은 남쪽 영광을 향하고 있다. 그의 고향을 그리는 마음,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이 이번 겨울 영광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스스로를 ‘백수 촌놈’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김 감독을 영광 스포티움 축구장에서 만났다. 김 감독은 18일 인터뷰를 끝으로 다른 대학 팀들과의 연습 경기를 위해 제주로 2차 훈련을 떠났다.

동국대학교 김 용갑 감독

-축구와의 인연은?

“초등학교 5 학년부터다. 집이 학교 담벼락에서 5m 밖에 안 떨어져 있었다. 운동장이 집 마당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수중에 팀이 있었다. 당시 감독 선생님이 김 관수 현 영광 교육장님이다. 가장 존경하는 스승님이다.”

-축구 명문인 금호고를 졸업했는데.

“축구를 체계적으로 배운 것은 고교시절이다. 당시 감독이 기 영옥 선생님이다. 기 성용 선수의 아버지다. 가장 존경하는 축구 스승이다. 기 감독님과의 인연은 다음 세대로 이어졌다. 나는 감독님에게 배우고 감독님의 아들인 성용(프리미어리그 스완지 소속)군은 나에게 지도를 받았다. 2대에 걸친 사제의 인연이다. 동국대 진학도 감독님과 상의해 결정했다.”

-김 감독의 노력으로 많은 팀이 영광을 전지훈련장으로 택했다고 들었다.

“지난 해 봄 김 준성 군수님께서 당부하셨다. 사실 팀마다 인연 깊은 전지훈련지가 있다. 일찍 서두르지 않으면 안 된다. 봄부터 바로 팀들과 접촉했다. 어렵겠지만 해보자고 마음먹고 뛰었다. 밥도 사주면서 연습 경기를 할 수 있는 팀들을 구성했다. 오랜 기간 공을 들인 보람이 있다.”

-어떤 팀들인지 소개해 달라.

“전통 있는 강팀으로는 중동고‧ 한양공고‧ 동국대부고‧ 숭실고‧ 부평고등이 있다. 신생 강팀은서해고 청운고 경주 무산고 성남SC 제철첼시 축구학교 등이다. 대학팀은 동국대와 목포과학대가 있다. 서울‧ 경기‧ 인천‧ 경주‧ 제천 등 각지의 12개 고교 팀을 구성했다. 대학 팀과의 연습경기를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기 위해 동국대와 목포과학대 외에 인근에 있는 광주대‧ 초당대․ 동신대․ 동강대 등 6개 대학 팀을 구성했다. 고교와 대학으로 짜여진 18개 팀이 연습경기를 가지면서 훈련 효과를 극대화 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훈련해온 팀들이라고 했는데 어디인가. 영광으로 바꾼데 대한 반응은?

“순천․ 광양‧ 남해‧ 제주‧ 고성 등지에서 훈련해온 팀들이다. 모두 만족하고 있다. 음식과 숙박, 날씨까지 불만의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영광으로 끌어 오기 위한 치밀한 준비가 필요했을 것이다.

“물론이다. 고교 선수들의 최대 관심사는 진학이다. 적극적으로 상담에 응해왔다. 동계훈련기간은 한 해 성적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 망쳤다가는 진짜 영광이 망하는 결과다. 연습 경기 는 물론 훈련․ 숙박․ 음식․ 편의 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우렸다. 영광군은 물론 서울 에이전트 회사의 행정 요원들까지 동원해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부족한 점이나 보완할 점이 있다면?

“축구장 2면 정도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수 있는 다목적 체육관이 아쉬었는데 영광군이 이미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학부형들이 찬바람을 맞지 않고 참관할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 전반전을 끝내고 선수들이 몸을 녹일 수 있도록 난로와 텐트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정병원과 앰뷸런스가 대기하는 것도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 의료시스템을 갖추면 감독들이 믿고 보낼 것이다. 지역 봉사단체에서 차를 대접하는 것도 생각해볼만 하다.”

-영광이 전지훈련 ‘메카’의 명성을 유지하려면 끝없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주심 지원만 했다. 내년에는 1급 심판등 주․부심 30여 명의 지원을 약속받았다. 많은 경기를 통해 경기력을 향상 시킬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전지훈련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군민들이 관심과 정성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영광군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나.

“선수들 외에도 학부형 5백여 명이 상주한다. 주말엔 2천여 명에 달한다. 눈앞의 경제적 효과도 상당할 것이다. 축구 뿐 아니라 굴비․ 떡․ 한정식․ 해안도로 등의 소문이 퍼져 외지인 유인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축구를 통한 영광 관광 홍보 기회가 되길 빈다.

-대학팀 감독으로서 철학이 있다면?

“취업난이 가장 큰 문제다. 눈앞의 성적보다 경쟁력 있는 선수로 키우고 싶다. 당장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는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선수로서 수명이 짧아진다. 선수를 희생시키는 감독이 되지는 않겠다. 다른 팀에 녹아들 수 있는 선수여야 한다. 자연스럽게 성적이 나고, 따라서 학교 명예도 높이고 동문들의 자긍심도 고취시키는 팀이 되도록 기다려 달라는 부탁이 받아들여졌다.”

-동국대 팀의 내년 성적에 대한 기대는?

“6월에 영광에서 1-2학년 경기가 열린다. 고향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축제로 맞고 싶다.”

-축구인 으로서 꿈이 있다면?

“코치로 있었던 전북현대나 FC서울 감독, 나아가 국가 대표팀 감독을 맡고 싶다.”

-가족 소개를 해 달라.

“백수중 2년 후배인 아내 김해선과 사이에 아들만 둘이다. 장남 민석(19)이 구리 인창고 3학년 올라간다. 막내 민찬은 장자중 3학년이다. 웨딩샵을 운영하면서 시어머니를 모시느라 고생하는 아내가 고맙다”

-영광 사랑이 대단하다.

“고향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하다. 백수에 친가와 외가 식구들이 많이 산다. 내 마음은 늘 고향에 있다. 영광의 발전을 간절히 기원한다.”

조일근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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