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용 한국외대 강사

3박 5일의 미국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은 9월 2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유엔총회 참석 등 방미 일정에 대한 소회와 함께 대국회 협치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협치의 틀이 될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의 조속한 구성을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과의 소통 및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국정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은 대단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간 사드 및 북미갈등 등 안보문제, 공무원 등 공공부문 인력 증원, 인사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어 온 만큼 행정부와 입법부 간 협력의 틀이 필요한 시점에 이른 것은 맞다.

그러나 청와대에서 강조하고 있는 협치라는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협치란, 본래 거버넌스(Governance)의 번역어로 소개된 것이다. 거버넌스란 학문적으로 크게 2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우선, 국가관리 측면에서 오래전부터 정부나 시장 기제를 초월해서 존재해 온 자연스러운 조정양식의 원형이란 것이다. 둘째, 최근에 등장한 개념으로 협치 측면에서 정부중심 공적조직과 사적조직 경계가 무너지면서 나타난 다양한 행위자간의 새로운 상호협력적 조정양식, 파트너십 혹은 네트워크를 말한다.

언론에서 말하는 협치는 바로 후자의 개념적 맥락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학문 영역에서 말하는 협치는 정부의 협치 대상이 국회나 야당이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기업, 이혜관계자 등 국민(시민)이다. 협치를 강조하는 것은 정부가 국민들의 참여를 높이고, 국민들과의 소통과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 바른 의미다. 언론과 청와대에서 말하는 ‘협치’라는 표현은 분명히 잘 못된 표현이다. 사실은 대국회, 대야 협력 정치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다.

갈수록 협치가 강조되고 있는 바, 정부의 협치 대상이 학문적 측면에서는 국민과 함께 하는 것이지만, 굳이 폭넓은 개념으로 쓰자면 그게 국회든 야당이든 구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같은 의미인, 협치가 강조되는 이유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정부 혼자서는 도저히 사회 공공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때는 정부가 사회문제의 해결주체가 아니라 문제 자체로 인식되는 측면도 있었다. 2000년 대 이후 조직화된 정부 바깥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입장을 가진 행위자들이 나타나고 제각각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정책과 제도의 결정에 참여가 가속화되었기도 하다. 아울러 공공부문(정부)와 민간부문(시장) 간의 경계 무너지고 모호해졌다는 측면도 있다.

즉, 협치는 정부와 국민이 공동운명체이자 국가공동체이기에 함께 머리를 맞대고 우리의 공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자 제도적 장치인 것이다. 정부(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우리의 공통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들과 소통과 협치, 그들의 대리자인 국회 및 야당과의 협력 정치를 마다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각자의 지혜를 모아내는 집현전의 역할을 수행해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실질적인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해결 절차 없이 사드 임시배치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사드를 반대해 온 성주 주민들과 원불교 교무, 시민단체 회원들을 폭력적으로 강경 진압한 것은 대단히 아쉽고 지탄받을 일이었음을 밝혀둔다.

고광용 한국외대 강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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