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오늘은 무겁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바로 지금 시장을 움직이고 있는 유통과 판매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유통 시장은 크게 생산자, 판매자,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중도매인 이렇게 세 그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생산자는 당연히 전국의 대다수 농민들입니다. 그리고 판매자는 대형마트부터 시장의 소상공인까지 다양합니다. 그리고 유통업자는 서울청과, 중앙청과, 농협청과 등 대형 중도매인부터 중소형 중도매인까지 다양하게 유통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시장은 이렇게 세 그룹이 유기적으로 참여하면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가 거듭될수록 농민은 더 가난해지고 유통업자와 판매업자는 배 부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농민이 가난해지는 것은 아니고, 모든 유통업자와 판매업자가 부를 축적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피라미드 형식의 유통구조에서는 당연히 소수의 유통업자와 판매업자가 부를 쌓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 중에서 유통비용을 뺀 농가의 수취율은 얼마나 될까요? aT센터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살펴보면 전체 유통비용은 평균적으로 43.8%입니다. 그럼 56.2%가 농가수취율이 됩니다. 소비자가 1만원에 물건을 구입했다면, 농가에게 돌아오는 소득은 5,620원이고 4,380원이 유통비용으로 지불하게 됩니다.

지불되는 유통비용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직접비용 15.8%, 간접비 14.0%, 유통 참여인 14% 로 세분화 할 수 있고, 단계별로는 출하단계 9.3%, 도매단계 12.6%, 소매단계 21.9%입니다.

농민입장에서 보자면 한 해 정성껏 키운 농산물을 유통업자와 판매업자는 단기간에 약 44%의 소득을 가져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유통업자와 판매업자 입장에서는 임대료, 재포장비, 인건비, 재고유지비 등 해마다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올라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사실, 소비자들이 점점 신선하고 깔끔한 포장을 원하기 때문에 수확 후 관리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도 물론 사실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44%의 유통비용은 농민 입장에서는 너무 과한 비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런 구조적 모순을 개선할 수 있을까요? 먼저 이런 구조적 모순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농산물을 가치가 아닌 가격으로 바라보는 현재의 유통 시스템 때문일 겁니다. 가격을 책정할 때 농민의 땀방울이나 노력은 반영되지 않습니다. 오로지 상품성으로 농산물을 바라보고 가격을 책정합니다. 그러니 대농들에게 유리하고 중·소농들은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키운 농산물의 가치를 올리지 못한다면 가격을 올리는 방법 또한 요원한 일이 될 것 입니다. 가치를 올린다는 건 예쁜 포장이나 화려한 문구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이 흘린 땀의 가치와 노력을 제대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치가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가격은 올라갈 것입니다.

저는 직거래가 그 하나의 해법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농민과 도시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교류를 통해 유통비용을 최소화시키고 그 농산물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는 직거래야말로 농가 소득은 물론, 안전한 먹거리를 통해 도시민의 건강까지 책임질 수 있는 꼭 필요한 과정입니다.

▲직거래장터에서 홍시를 맛보고 즐거워 하시는 고객

완주 로컬푸드, 도곡 로컬푸드, 영암 로컬푸드에서 보듯이 이미 로컬푸드가 사업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농산물을 그 지역민이 신선하게 먹을 수 있어 주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진행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농촌과 도시의 균형 발전의 하나로 전국의 농부들이 참여하는 농부의 장터가 점차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농민이 직접 참여하는 직거래는 점점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고 있고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진행될 지역축제, 직거래장터, 로컬푸드, 온라인 직거래장터 등에서 고객의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준비가 필요합니다. 고객의 신뢰를 쌓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잃기는 한순간이기 때문입니다.

▲고향애농장에서 진행한 도시민 초청 팜파티

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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