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작은 지위를 믿고 잘난 체 하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하는 말이다. 춘추시대 말기 제(齊)나라에 영공(靈公) 장공(莊公) 경공(景公) 삼대에 거처 재상을 지낸 안영(晏嬰:안평중)은 5척 단구(短軀)이면서도 역사상 명재상(名宰相)으로 손꼽힌다.

하루는 안영이 수레를 타고 외출을 하는데 마부(馬夫)의 아내가 문틈으로 남편의 거동(擧動)을 살펴보니 가관(可觀)이었다. 마부는 머리위에 큰 일산(日傘)을 펼쳐 재상 안영의 머리를 가리고 말에게 채찍을 휘두르며 네 필의 말을 몰았는데, 의기양양(意氣揚揚)해하고 거드름을 피우며 매우 만족(滿足)해하는 모습이었다. 마부가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이 헤어지자고 요구한다.

마부는 깜짝 놀란 눈으로 이유를 묻자 아내는 주저하지 않고 “당신이 모시는 재상 안자(晏子)께서는 키가 6척(尺)도 안 되지만 제나라의 재상(宰相)이 되어 제후(諸侯)들 사이에 명성(名聲)이 매우 높습니다. 오늘 제가 그분이 외출 하실 때 보니 뜻과 생각이 깊고, 지위가 높아도 항상 자신을 낮추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키가 8척(尺)이나 되지만 겨우 남의 마부에 지나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스스로 만족(滿足)해하며 뻐기고 있으니 내가 떠나겠다고 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아내의 말을 들은 마부는 자기가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기는 그럴 수도 있다고 뉘우치고 항상(恒常) 겸손(謙遜)한 태도를 취(取)하기로 마음먹었다. 안영이 마부가 갑자기 겸손하게 바뀐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겨 까닭을 물었다. 마부는 겸면쩍어 하며 며칠 전 아내가 했던 이야기를 사실대로 말해주었다. 안영은 아내의 말을 듣고 겸손해진 마부를 천거(薦擧)하여 대부(大夫:경(卿) 아래 사(士) 위의 집정관(執政官)으로 매우 높은 벼슬)로 삼았다.

이 이야기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 <관안열전(管晏列傳)>에 나온다. 하찮은 지위, 요즘말로하면 고위관리의 운전기사였는데 목에 깁스를 하고 의기양양해 하던 마부의 태도에서 '안자지어'가 유래되었다. 5척의 왜소(矮小)한 체구(體軀)로 초(楚)나라에 사신으로 갔을 때도 초나라 왕에게 조금도 굴하지 않고 남귤북지(南橘北枳)의 고사를 만들어낸 안영이 훌륭하기도 하지만 아녀자의 말을 들어 마음을 고쳐먹고 겸손해진 마부도 역시 안영 못지않게 훌륭한 사람이다.

요즘에도 높은 사람 밑에 일하면 오히려 당사자보다도 더 잘난 체 하고 자기가 마지 고관대작인양 행동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그런 경우는 대부분 결말이 좋지 못하게 끝이 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자가가 마치 대통령인양 행동하다가 결국은 쇠고랑차고 콩밥 먹는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을 모든 국민들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옛날에는 교육수준이 낮아서 ‘안자지어’가 되어 백성들 위에 군림하려고 했는데 요즘은 통신이 발달되고 보는 눈이 많아 잘못하면 갑질로 비춰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할 것이다.

이경일 회사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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