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음력 팔월 추석 이전에 조상의 묘에 자란 잡초를 베고 묘 주위를 정리하는 풍속을 벌초라 부른다.

벌초에 나선 사람들로 주말 도로가 붐비는 요즘이다. 경기도 쪽에 ‘8월에 벌초하는 사람은 자식으로 안 친다’는 말이 전래돼오듯이 벌초는 주로 백중 이후인 7월 말부터 추석 이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벌초의 기원은 뚜렷하진 않으나 유교의 관혼상제에서 시제와 묘제를 언급하고 있고, 특히 성리학에서 묘제를 중시하는 부분 등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아마도 한국 사회에 유교가 보급되면서 벌초를 하는 관습도 같이 들어온 것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실제 성리학이 보급된 조선 시대에는 조상님들 묘에 잡풀이 무성한 것 자체도 불효로 인식했다.

남의 손을 빌려서 하던 벌초 문화가 다시 가족들이 손수 나서는 형태로 변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90년대 중반까지는 해당 지역에 남아있던 문중의 사람들이 벌초를 책임지고, 일가친척 들은 이에 대한 감사를 뜻하는 의미에서 벌초비를 주는 형태가 많았다. 하지만 이후로는 시골 공동체가 무너지고 노령화가 심각해지면서 돈으로 사람을 고용해서 벌초를 맡기는 쪽으로 변화했었다.

하지만 근래에 이르러 일손을 사는 비용이 상승하고 경제가 침체되면서 일가족이 함께 나서는 합동벌초 풍속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것. 제주도에서는 이렇듯 일가가 모여 벌초를 하는 것을 ‘모듬 벌초’라 부르기도 한다.

벌초는 본디 우리 민족의 미풍양속이기에 모듬 벌초 문화의 부활은 바람직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조상의 묘지를 돌보기 위해 함께 수고를 나누는 행사는 가족의 유대를 이어가는 더할 나위없는 이벤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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