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스승 신영복 교수가 암 투병 끝에 지난 15일 별세했다.

이 시대의 스승 신영복

범인이 감히 견뎌낼 수 없는 기구한 삶의 역정을 거쳤으면서도 따뜻한 공존의 의미를 잔잔하게 얘기해 온 선생의 부음에 뭇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다.

선생은 1941년 경남 밀양에서 출생했다. 1959년 부산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상대 경제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그 후 숙명여대와 육군사관학교에서 강의하던 1968년, 27살 나이에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사형선고를 받은 후 무기로 감형돼 20여년 동안 감옥생활을 했다.

선생은 평소 20여년의 긴 감옥생활이 자신에겐 참 학문을 제대로 배우게 해 준 대학이나 다를 바 없었다고 술회했다. 선생은 자신의 말을 그 후 잇따라 펴낸 명저를 통해 증거했다. 1988년 특별가석방으로 출소한 선생이 남다른 체험과 깊은 성찰을 담아 펴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한국의 지성계에 큰 파문을 일으키며 독자들의 가슴에 당신의 이름을 깊이 각인시켰다.

그 후에도 선생의 사색의 발길은 그치지 않았다. 사면복권을 거쳐 2006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직을 정년퇴임하고 지난해까지 대학원 강의를 하면서 명저 「담론」을 비롯해 10여권의 저서를 펴냈다. ‘우리시대의 스승’이라 일컬음이 자연스럽게 선생의 뒤를 따랐다.

선생은 특히 서구철학과 서구적 민주주의의 원리만으로는 공동체의 질곡을 온전히 해결할 수 없음을 통찰하면서 공존의 가치로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관계없이 인식없다’며 존재로부터 관계로 나아가는 탈근대 담론은 선생의 인문학 특강 주제요 선생의 명저 「담론」의 핵심주제이자 마지막 숨을 거둘 때까지 선생이 붙들고 있던 필생의 화두였다.

다음은 선생의 주요 연보이다.

▲1941년 8월 23일 경남 의령군 출생 ▲1945년 부산상업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대 상대 경제학과 진학 ▲1963년 서울대 상과대학 경제학과 졸업 ▲1965년 서울대 대학원 경제학과 졸업. 숙명여대에서 강의 ▲1966년 육군사관학교에서 강의.▲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 육군고등군법회의에서 사형 선고 ▲1970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확정 판결 선고 ▲1988년 특별가석방으로 20년 20일만에 출소. ‘감옥으로부터의 사색’(햇빛출판사) 출간 ▲1989년 성공회대에서 강의 시작 ▲1993년 옥중 서간을 영인한 ‘엽서’(너른마당) 출간 ▲1995년 서예 작품집 ‘손잡고 더불어’(학고재) 출간 ▲1996년 ‘나무야 나무야’(돌베개) 출간 ▲1998년 3·13 사면 복권 후 성공회대 교수로 정식 임명. ‘더불어 숲’(중앙M&B) 출간 ▲2004년 ‘강의-나의 동양고전 독법’(돌베개) 출간 ▲2006년 성공회대 정년 퇴임 ▲2007년 서화 에세이집 ‘처음처럼’(중앙M&B) 출간 ▲2008년 제3회 임창순 학술상 수상 ▲2012년 ‘변방을 찾아서’(돌베개) 출간 ▲2015년 ‘담론-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돌베개) 출간. 제19회 만해문예대상 수상 ▲2016년 1월 15일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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