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는 승패가 분명한 게임이다. 이기고 지는 결과만 남을 뿐이다. 양당 체제 하의 선거는 더구나 그렇다. 절반의 승리도, 중간 지대도 없다. 정당이나 정파 간에 맹목적인 진영논리가 격하게 충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치열하게 대립하다보면 생각과 말을 바꾸는 억지도 횡행한다.

제주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은 노무현 정권이 추진한 국책이다. 그러나 노 정권의 후계임을 자임하는 문제인의 야당은 기지건설에 반대의 피켓을 들었다. 국회 선진화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시절 주도한 입법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집권여당은 선진화법을 무용화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중간이념이 없는 여야 양당 체제는 이렇듯 약속과 상식이 진영논리에 함몰되는 수많은 왜곡이 연출된다. 한판승으로 끝나는 뒤집기 승부와도 같다. 그러나 정책은 그렇지가 않다. 국민의 반만 살리는 정책은 없다. 물론 국민의 반을 죽이는 정책도 없다. 국민 다수의 이해를 추구하는 것이 정책이다. 정당간의 대립은 전선의 경계가 이렇듯 명확한 반면에 정당이 추구하는 정책의 전선은 칼 같을 수 없는 게 바로 양당체제의 맹점이다.

안철수의 신당 ‘국민의당’은 이러한 양당체제의 빈틈에 존립근거를 갖는다. 중도이념의 정당을 만들고자 한 안철수의 꿈의 산물이다. 일단은 성공적으로 보인다. 안철수 신드롬이라는 조어가 만들어졌을 정도로 바람이 거셌던 때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3당 체제로 가는 교두보는 마련된 셈이다. 지금의 가속도라면 국회 교섭단체 구성도 전혀 불가능한 전망은 아닐 듯싶다.

그렇다면 안철수의 앞길은 이대로 탄탄대로일까? 그렇지 않아 보인다. 웬만한 전략으로는 헤쳐갈 수 없는 구조적 장애가 그의 앞에 놓여있는 까닭이다. 안철수 신당 창당의 진원지 역할을 한 호남 유권자의 뜻은 정권창출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노무현에 대한 전폭적 지지도, DJP 연합을 지지했던 것도, 이뤄지진 않았지만 노무현․ 정몽주 연대를 용인했던 것도 바로 정권창출을 바라는 간절한 기대 때문이었다.

호남의 이러한 기대가 안철수가 지금 가고자 하는 길과 동의어임을 지금으로선 확인할 수 없다. 정권창출의 과제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아직은 분명하게 밝히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안철수에 대한 작금의 지지가 전폭적이지 않은 이유이다. 수도권의 호남 유권자들 또한 마찬가지의 혼돈을 겪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 주저함은 총선정국을 거치며 더욱 깊어질 여지가 많기에 안철수가 떠안은 당장의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유력 언론들은 지금 거대 집권여당 출현 가능성을 80%로 예측하고 있는 상황이다. 야권 분열의 어부지리를 집권 여당에 안겨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결과가 그렇게 됐을 때 호남 지지 여론의 붕괴는 순식간일 수밖에 없다. 그 책임은 탈당정국을 주도한 안철수에게 더욱 무겁게 쏠릴 것이 당연하다.

합리적 진보와 성찰적 보수가 결합하는 중도이념의 정당 구축 전략만으로는 호남의 표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는 얘기다. 창당의 고개를 넘어선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이제 야권 분열을 넘어서는 집권 청사진을 명확하게 밝혀야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불변의 격언을 유념해야 한다.

언론인(시인, 소설가) 박호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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