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 편집위원장

자판기 커피 한 잔도 300 원 인데 밥 한 그릇 값은 165 원 이라고 한다. 농민들의 한숨이 달리 나오는 것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는 비교다.

그간 밥 한 그릇 값이 얼마인지 알고 먹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비교는 우리 사회가, 나라가 얼마나 쌀값에 관심이 없었는가를 실감나게 한다.

농민들이 쌀값을 자판기 커피 값만큼 올려달라는 아우성을 외면했던 농정 당국자들은 과연 이같은 실정을 알고도 외면했는지 궁금하다.

원래 쌀은 이 나라 경제의 가장 중심에 있었다. 돈 보다 더 중시했을 정도다. 수확하면 ‘돈 산다’고 했다. 물건을 사는 것이 돈인데 돈을 샀다고 했으니 쌀이 화폐 보다 중시됐음을 알 수 있다.

돈은 믿지 못해도 쌀은 믿고 살아온 나라였음을 입증한다. 이처럼 우리의 생존을 책임져온 농업을 외면하고 심지어 귀찮은 분야로 생각한다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할 세월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빈부격차다. 빈부격차에서 갈등과 반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박근혜 등 소위 ‘보수’를 자처하는 정권은 지금까지 농림축산식품부 자체를 귀찮은 부처로 치부한 점이 없지 않다.

역대 장관 대다수가 호남출신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농업 비중이 높은 지역 출신에게 농정을 맡김으로써 그들-보수에 대한 반감을 줄이고자한 꼼수를 쓴 것으로 봐도 과하지 않다.

농민들은 ‘농자천하지대본’을 포기한지 오래다. 융숭한 대접이 아니라 푸대접은 하지 말아주길 바라고 있다. 역대 정권은 부동산이나 수출 산업 등에는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유독 농업 등 에는 원론적인 말만 되뇌며 농민들을 지치게 만들었다. 심지어 시위 농민에게 물대포를 쏘아 죽음에 이르게 하고도 책임지지 않았다.

말로만 인권을 중시하는 사이비 민주주의 정치를 자행한 것이다. 문재인 정권은 적폐청산의
소명을 안고 태어났다. 농업을 홀대한 것도 적폐다.

그 홀대가 농민들에게 절망감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청산해야 한다. 농업의 비중을 특별히 높여 오랜 세월 쌓인 농민들의 불만을 달래야 한다.

최소한 쌀값만이라도 과거의 수준 이상으로 올릴 수 있는 방안 마련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로 올려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농민들 입에서 “퇴직금을 달라”는 말까지 나오겠는가.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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