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원전 공론화위원회가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를 결정했다. 시민참여단 59.5%가 건설을, 그리고 40.5%가 공사중단을 주장했다. 그러나 향후 원전정책을 묻는 질의에서는 53.2%가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탈 원전운동을 펼치던 진영도 현재로선 이 결과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터라, 우리사회의 첨예한 갈등으로 부상했던 원전건설 문제는 일단 긍정적인 변곡점을 만들어 낸 셈이다.

이를 두고 언론에서는 ‘절묘한 선택’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미 막대한 재원이 투입된 신고리 원전은 경제적 관점에서 건설을 재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탈원전정책은 계속 펴나가야 한다는 국민 여론의 합리적 결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이번 과정을 두고 ‘숙의 민주주의’의 가능성이 확인된 고무적인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작은 대한민국’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시민참여단 471명이 한 달 간의 학습과 토론을 통해 결론을 도출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며 긴박한 쟁점이 됐던 신 고리 원전 건설 문제는 이렇게 마무리됐지만 우리에게 있어서 핵은 국내에만 국한된 사안은 아니어서 국민들의 걱정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또한 이 문제는 우리 국민들이 주도적 입장에서 해결할 수 없는 난제이기도 해서 더욱 심각하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핵 비확산회의’가 북한 핵 문제에 대해 일말의 접근도 못한 채 끝나 아쉬움을 남겼다. 당초 기대했던 남북간, 북미간 회동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회의에 참석한 북한 외무성 최선희 국장은 미국의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6자회담 복귀는 불가하다고 못을 박으며 대화를 기피했다.

우리는 지금 이렇듯 나라 안팎에서 ‘핵’이라는 명제와 지난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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