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회사원

대부분의 고사가 중국 이야기인데 함흥차사는 조선의 창업자(創業者) 이성계(李成桂)와 그의 다섯째아등 태종(太宗)이방원(李芳遠)에 관한 이야기다. 심부름을 보냈는데 소식이 없을 때 비유적으로 쓰는데, 본래 내용은 이렇다. 고려를 이어 조선을 창업한 태조 이성계는 왕위에 오르자 나이가 있어서 세자 책봉을 서둘렀다. 창업(創業) 공신들 중 비교적 소장파들은 “평시라면 적장자가 마땅하나 비상시 이므로 창업에 공이 많은 다섯째왕자 방원을 세워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태조는 계비(繼妃) 강씨의 의사를 좇아 그의 소생인 일곱째왕자 방번(芳藩)을 세자로 삼으려 했다. 태조의 의지가 확고한지라 소장파들은 “방번은 인물됨이 부족하니 그의 동복동생인 여덟째왕자 방석(芳碩)이 더 낫다”고 하여, 마침내 태조는 방석을 세자로 책봉(冊封)하였다. 이 역시 모애자귀(母愛子貴:어머니가 사랑을 받으면 자식이 귀해진다)에서 온 것이라 할 것이다. 이에 원비(元妃) 한(韓)씨 소생 자식들은 불만이 가득 했었는데, 강씨가 죽자 방원은 불만이 행동으로 나타났다. 방원은 태조7년(1398년)8월, 이숙번(李叔蕃)을 비롯해서 사병을 동원하여 정도전(鄭道傳) 남은(南誾) 등을 주살(誅殺)하고 방번 방석을 제거 했다. 이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제1차 왕자의 난이라고 배웠다. 신하들은 이때 방원을 세자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 하였으나 방원이 고사하여 둘째 왕자 방과(芳果:2대 정종)로 세자를 삼았다. 태조는 계비 강씨를 잃은 데다 방석 형제마저 잃으니 상심(傷心)이 극에 달해 국정에 의욕을 잃고 다음달 9월에 왕위를 세자 방과에게 물려주었다. 그 후 1년여 만에, 방간의난, 또는 박포(朴苞)의 난이라고 부르는 제2차의 왕자의 난이 일어났다. 왕위에 야심을 품고 있던 넷째왕자인 방간(芳幹)이 방원에 대한 시기와 불만으로 사병을 육성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이때 박포가 “방원이 방간을 해하려 한다.”고 선동하자 방간은 아들 맹종과 함께 휘하 사병을 동원하여 방원을 공격하였다. 이에 방원은 형 방간을 사로잡아 토산(兎山:북한 황해북도에 있는 지명)으로, 박포를 청해(淸海)로 유배시켰다.

태조는 1차 왕자의 난 이후 방원에 대한 증오심(憎惡心)으로 개경을 떠나려 하고 있었다. 여기에 2차 왕자의 난이 일어나 골육간에 참화(慘禍)가 거듭 일어나자, 태조는 더욱 상심되어 금강산을 거처 동북면(東北面:함경도 지방)을 향하여 안변(安邊)에 오래 머물려 하였다. 태종은 박석명(朴錫命), 성석린(成石璘)을 차려로 보내 한 달여 만에 모셔오려 했으나 태조는 태종2년 11월 다시 궁을 떠나 소요산에 머물다가 함흥으로 떠났다. 태조가 함흥에서 좀처럼 환궁하려 하지 않자 태종은 차사를 함흥으로 보냈다. 이른바 함흥차사였다. 그런데 차사는 함흥으로 떠나가기만 했지 돌아오는 차사는 없었다. 두 번 세 번 보냈으나 마찬가지로 돌아오는 차사는 없었다. 태조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우리들은 알고 있으나 공식 기록에는 태조가 죽였다는 증거는 없다. 판승추부사(判承樞府使) 박순(朴淳)도 새끼 딸린 말을 타고 가서 태조의 환궁을 설득했지만 그 역시 돌아오지 못했다. 결국 태종은 건국에 가장 큰 힘을 실어준 동지 무학대사를 보내 결국은 환궁시켰다. 일반적으로 고사성어는 중국에서 거의 만들어 졌는데 바로 함흥차사가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고사성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만 쓰인다. 비슷한 성어로는 ‘종무소식(終無消息)’과 강원도에 산이 많고 또한 험해서 포수가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어렵다고 해서 ‘강원도(江原道)포수(砲手)’도 같이 쓰인다.

이경일 회사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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