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지난 수십년간 우리나라는 농업을 근대화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선진국 농업을 롤모델로 농지를 규모화, 농산물을 대량화/규격화 시키기 위해 엄청난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소수의 대농들을 제외하고는 지금의 시장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습니다. 이는 엄청난 농토를 자랑하는 농업 선진국과 대한민국의 농업 환경은 시작부터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강소농(强小農)’ 은 바로 여기서 착안하였습니다.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농장 규모는 작지만 스스로 자생할 수 있는 강한 농업을 육성하기위해 2012년 농촌진흥청은 각 시군의 농업기술센터를 중심으로 전국에 관련 내용을 보급, 교육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영광군은 ‘강소농’ 사업이 시작한 만 5년도 되지 않아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2016년 전국 강소농 자율모임체 대상, 2017년 강소농 최우수 육성기관으로 선정되는 이변을 연출했습니다. 영광군은 어떻게 수많은 크고 경쟁력 있는 지자체를 제치고 강소농 우수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2016년 자율모임체 전국대상 수상

먼저, 강소농은 농가에서 물질적인 금액을 지원하는 사업이 아닌 교육중심의 사업입니다. 기존에 농업대학을 비롯한 다양한 품목별 연구회가 활동하기 때문에 많은 농업인들이 강소농을 신청했다가 실망하고 그냥 되돌아가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농업인들은 물질적인 지원이나 사업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단순 교육만 진행하는 강소농 사업은 시작부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뿐만 아니라, 강소농은 ‘비품고가역(비:비용절감, 품:품질향상, 고:고객향상, 가:가치증진, 역:역량강화)’을 농가 스스로 향상시키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농가가 이해하고 적극 참여하는 것이 더욱 어려웠습니다. 사실, 강소농은 경영에 관한 내용이라 이를 보급하고 육성해야 하는 농업기술센터 지도사에게도 많은 고민과 어려움을 주었던 사업입니다.

▲교육을 통해 제품의 경쟁력은 물론, 스스로의 역량을 강화시키고 있음

▲농가가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을 만드는 과정

강소농은 ‘작지만 강한 농업’ 을 실현하기 위해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비품고가역’의 능력을 강화시키고 농업인들끼리 스스로 자율모임체를 만들어 그들 특성에 맞는 조직을 만들고 자생 하는 것을 목적으로 두고 있습니다. ‘별난농부들’, ‘참농군’, ‘새싹농부들’, ‘논밭’ 4개의 자율모임체가 바로 이렇게 만들어졌고 자생하기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해마다 신규 강소농을 선발하여 일정 교육 후 자율모임체를 만들어 자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럼 어떤 과정을 통해 영광군농업기술센터가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었는지, 별난농부들이 전국 대상을 수상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간략히 말씀 드리겠습니다.

▲강소농을 위해 성심껏 도와주신 정용수소장(전)

강소농 사업 초창기, 정용수 소장님(전), 윤혜경 소장님(당시 담당)의 지원과 신뢰가 큰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자율모임체는 관이 중심이 아닌 농가 스스로 주도적인 참여로 이뤄져야 하는데 당시에는 생소하고 낯선 시도였습니다. 그럼에도 믿고 뒤에서 지치지 않도록 계속 동기부여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2013년 7월 직거래를 통해 소득창출를 위한 자율모임체를 만들게 되었고, 그 해 재능기부를 통해 30여명의 농업인을 대상으로 블로그 수업, 홍보 동영상 제작과정을 진행 하였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그리하여 2014년도 본격적으로 직거래 역량강화를 위해 농가에게 필요한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포토샵을 포토샵을 이용해 홍보 명함, 리플릿을 제작하였고, 2015년도에는 명품 농산물 만들기, 쇼핑몰을 만들어 농가가 직접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본인이 생산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험과 노력으로 현재 다양한 직거래를 통해 농가가 스스로 소득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물론, 과정 하나하나가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하였습니다. 매주 월요일 담당 공무원은 밤 10시까지 퇴근을 못하고 지키고 있었고, 농업인들은 고단한 몸을 이끌고 졸린 눈을 비비면서 함께 고민하고 배워 나갔습니다. 이렇게 3년이 흐르자 농가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고스란히 소득 창출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2014년 농가가 직접 만든 리플릿

▲2015년 명품농산물 만들기 과정을 통해 만든 결과물

▲2016년 본인이 만든 제품을 직거래를 통해 판매하는 모습

▲2017년 별난농부들을 벤치마킹한 화순의 공동 카달로그 수업 결과물

전국에 수많은 강소농 자율모임체가 결성되었지만, 영광군처럼 관이 아닌 농가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활동하는 자율모임체는 아주 드뭅니다. 그 결과 영광군 강소농은 전국의 롤모델이 되었고, 벌써 전국 2,000여명의 농업인과 농업 관계자들이 영광군을 방문하거나 초청하여 사례발표를 통해 별난농부들이 했던 과정을 배우고 있습니다. 강소농은 농업인이라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합니다. 여러분들도 강소농 교육을 통해 2018년 ‘강소농(强小農)’이 되길 희망합니다.

그동안 영광군민신문의 도움으로 ‘임세훈의 농업 품격시대’ 를 통해 제 생각을 기고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고 즐거운 도전이었습니다.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은 일이었지만, 글을 쓸수록 경험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좀 더 노력하고 공부하여 더 좋은 이야기로 여러분들을 찾아 뵐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그동안 애독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임세훈 별난농부들 대표  news@ygweekly.com

<저작권자 © 영광군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