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복 해룡고등학교 교장

교육자로서 일하면서 그동안 안타까운 교육 현장을 목격했고, 아이들을 위한 더 나은 교육에 대해서 고민했다. 선조들이 그만큼 피와 땀을 흘려 만든 환경에서 사회적 혜택을 받고 자라온 우리 기성세대가 꿈과 희망으로 사회를 아름답게 변화시킬 청소년들에게 이대로 천편일률적인 교육을 물려주어도 괜찮은 것인가. 후손들을 위해 아름다운 유산을 물려주는 게 우리들의 몫이라면 우리들은 벼랑 끝에 직면한 교육을 어떻게 바꾸어나가야 할까?

우리나라는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가 되었다. 세계적으로 유일한 나라라고 한다. 1950년대 전쟁으로 인해 허허벌판, 폐허와도 같던 곳에서 허리끈 졸라맨 우리 부모님들이들이 모여 이만큼이나 성장시켰다. 반세기만에 고도성장한 데에는 기성세대들의 노력이 있었다. 자식들만큼은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기를, 교육받은 만큼 더 성공하기를 바랐던 그들은 주어진 환경에 불평을 하기 보다는 묵묵히 일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놀라운 고도성장을 했고, 월드컵과 올림픽, 비엔날레 등 대규모 행사를 개최했다.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상황이 생겼지만 고도 압축 성장을 하느라 부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경제위기 속에서 숱한 위기의식을 겪은 부모들은 자식들만큼은 안정적인 직업을 가져서 생활하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리하여 많은 자식들이 청년이 될 무렵, ‘변호사, 공무원, 의사, 교사, 대기업 직장인’이 부모님들이 바라는 직업 1순위가 되었다.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망을 따져 선택한 길에 있는 청춘들은 몰려드는 사람들 탓에 과도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과열된 스펙 경쟁’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년들은 ‘취업대란’에 더 눈물겨운 현실을 보낸다. 날개가 있는지 모른 채 발목에 묶인 끈 때문에 현실만 바라보던 젊은이에게 꿈과 적성을 고려해서 진로를 선택하라는 유명인들의 조언은 제대로 와 닿기 어렵다. 용기와 희망을 주는 말들에 날개를 퍼덕이다가도 묶여 있던 끈을 바라본다. 가냘픈 날개를 만든 배경에는 어린 시절부터 맹목적으로 입시 공부에만 파묻히게 만든 교육 환경도 있을 테고, 적성과 꿈보다는 안정적이고 보장된 길을 바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을 것이다. 사회적 기준은 움츠리고 주눅들게 만드는 족쇄가 되어 청춘들이 자신의 기준을 따라가고 싶은 열망을 꺼트린다. 어린 시절부터 점수 하나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어 시험 준비를 하던 청소년들은 경쟁을 하면서 옆에 있는 친구들이 시험이라는 레이스 선상에서 경쟁하는 라이벌로 본다. 먼 인생길을 같이 가는 동료로 보기보다는 경쟁자로만 바라보게 만드는 교육 환경은 문제가 있다. 사람들이 지닌 각자 고유한 개성만큼 자기가 바라는 삶의 이상향과 꿈, 적성이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고, 청소년들 저마다 장점을 살리는 교육이 진행된다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청소년 문제, 교육 문제, 사회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창의성을 살리고, 무한한 잠재력을 키우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

통합보다는 분열에 어울리는 요소를 더 많이 갖춘 스위스가 부자나라이자 사회 통합성이 매우 높은 국가가 될 수 있었던 뿌리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공존을 위한 장치가 있었다. 다른 요소들이 너무 많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서로의 다름을 틀림이 아닌 고유한 개성으로 받아들이는 관용이 존재하는 것이다. 세기를 넘은 천재, 아인슈타인 탄생한 배경에 여러 차례의 패자 부활전이 있었다. 그런 실패를 겪고 나서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주어졌기에 천재가 나타났다. 한 사회가 천재를 길러내려면 그의 재능이 만개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실패를 용인하며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시스템과 문화가 필요하다고 한다. 실패를 하는 사람들을 손가락질하고, 도전과 모험을 위험하다고만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라면 모험을 하는 청년들의 날갯짓은 발목에 묶인 끈을 벗어나기 힘들어 보인다. 나부터, 가까이에 있는 청년들의 꿈을 물어보고 응원하는 사람이 되도록 하고, 실패해도 격려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일이다. 그렇게 될 때 사회적 분위기는 변화하고 청년들의 날갯짓은 힘차게 올라가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청년에게 있어 도전의 모든 요소들을 감당하기엔 벅찰 일이기에, 실패를 하게 되어도 다시 일어설 토대를 마련해주는 것이 좋으리라. 실패를 용납하는 사회가 된 어느 날, 우리는 발목에 묶인 끈을 풀고 훨훨 날아가는 세계적인 천재들을 볼 수 있으리라. 감히 기대해본다.

정종복 해룡고등학교 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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