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일 대한시멘트

우리가 고급정보나 다른 사람이 알면 안 되는 경우 너만 알라고 할 때 흔히 하는 말이다. 어떤 비밀도 언젠가는 반드시 탄로 나기 마련인데 조금 빠르고 늦음 차이다. 뇌물을 다른 말로 사지금(四知金) 이라고도 한다. 중국 후한때에 양진(楊震)이란 사람은 농촌출신으로 어려서부터 배우기를 좋아하고 폭넓은 독서와 깊은 학문을 쌓아 주위 사람들이 관서(關西)의 공자(孔子)라고 칭찬이 자자했다. 그런데도 50에야 비로소 고을 수령으로 나갔다.

양진은 업무처리에 있어서 공평하며 청렴하여 사사로운 접근을 금했으며 자손들에게도 채식(菜食)과 보행(步行)을 하도록 했다. 주위의 측근들은 자손들의 앞날을 위해 생활수단을 만들어 주도록 권유했으나 양진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후세에 청백리의 자손이란 말을 듣는 것 보다 더 큰 유산이 어디 있겠는가?”

양진이 동래(東萊)태수로 부임할 때의 일이다. 창읍현(昌邑縣)에서 하룻밤을 쉬게 되었다. 그곳의 현령 왕밀(王密)은 양진이 형주자사로 있을 때 무재로 추천하여 현령이 된 사람이다. 왕밀은 그 은혜를 못 잊어 하다가 마침 양진이 창읍에서 묵는다는 말을 듣고 밤늦게 은밀히 황금 열 근을 가지고 숙소로 찾아갔다. “태산 같은 은혜를 입고도 찾아뵙지 못해 송구하가 짝이 없습니다.” “별소리 다하네 그려 공무에 바쁜 사람이 일일이 인사를 다 차릴 수 있겠는가.”

두 사람은 밤이 깊은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왕밀이 살며시 금덩이를 내밀었다.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를 모색(摸索)해 보았으나 마땅한 것이 없어서 이렇게 가지고 왔습니다. 저의 성의니 받아 주십시오.” “나는 자내의 학식과 인물됨을 알았기에 추천을 했을 뿐인데, 자네는 나란 사람을 너무 모르는 것 같네.” “아니올시다. 제가 어찌 태수어른을 모른단 말씀입니까? 은혜를 입은 저로서는 거듭 말씀 드리지만 제 성의는 표해야 되겠기에 이러는 것이며 이 깊은 밤에 누가 알리도 없지 않습니까? 거두어 주십시오.”

“이 사람아 무슨 소릴 하는가? 내가 자넬 추천한 것은 나라에 필요한 인물로 봤기에 추천한 것이고, 자네가 맡은바 임무에 충실 했기에 오늘에 이르게 되었네. 더 나아가 국가에 큰 동량(棟樑)이 된다면 추천했던 나로서는 더 큰 보람이 없겠네. 그런데 한갓 물건으로 보답하려 한단 말인가. 그리고 또 이 밤에 알 사람이 없다니 왜 없단 말인가? 하늘이 알고(天知), 땅이 알고(地知)), 내가 알고 (我知), 자네가 아는데(子知), 어찌 아는 이가 없단 말인가. 그런 소리는 하지 말게.”

양진의 준절(峻截:위엄이 있고 준엄함)한 꾸지람을 듣고 왕밀은 얼굴을 붉히며 몸 둘 바를 모르다가 자리를 뜨고 말았다. 그 뒤 양진은 태복(太僕) 태상(太常)을 거처 삼공(三公:삼정승)의 지위인 사도(司徒)가 되었다. 양진은 국정 폐단을 충간하여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 잡으려 하다가 권신들의 미움을 사서 도로(徒勞:보람 없이 애씀)에 그치자 “내가 나라의 은혜를 입어 고위직에 있으면서 교활(狡猾)한 간신을 미워했으나 주벌을 가하지 못했고, 혼란을 조장(助長)하여 요녀를 싫어하면서도 금지 시키지 못했으니 무슨 면목으로 일월(日月)을 대할 수 있겠는가?” 하고 독을 마시고 죽었다.

몇 년 뒤 미워했던 무리들이 죽고 나서 그의 문하생들이 상소를 올려 스승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조정의 관원들 역시 양진을 충심으로 칭송했고 국가에서 예의를 갖춰 묘를 이장하는데 사방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영구를 전송했다. 이장 10일 전 무렵 큰새한마리가 양진의 영구로 날아와 땅을 적실 정도로 슬프게 울다가 매장이 끝난 뒤에야 날아갔다고 한다. 순제(順帝)는 그 이야기를 듣고 양진의 죽음이 억울하다고 여기며 그의 공덕을 칭송하고 얼울함 또한 풀어 주었다. 결국은 고대나 현대나 정의(正義)가 불의(不義)를 승리 한다고 본다.

이경일 대한시멘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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