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영 영광군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욜로(YOLO) 열풍이 거셉니다. 인생은 한번 뿐이라는 ‘You Only Live Once’의 첫 자로 만들어진 욜로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강조합니다.

욜로의 이면에는 절망이 있습니다. 젊은 세대는 포화된 노동시장, 불안정한 고용, 고등졸업자의 역차별 등 과거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쟁에 놓였습니다. 이들에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은 더 이상 응원이 아닙니다. 젊은 시절을 희생한데도 여유로운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당장의 행복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욜로는 미래가 불투명한 젊은 세대의 현실적 대안인 셈입니다.

욜로는 또한 부모 세대처럼 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부모 세대는 타인의 평판에 신경 쓰며 살아왔습니다. 입버릇처럼 자식을 위해 희생한다고 말하고, 언제 닥칠지 모를 그 날을 위해 오늘은 일단 허리띠를 졸라맵니다. 부모 세대는 그래서 늘 피로에 지친 모습이었습니다. 젊은 세대는 채무감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위해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욜로는 타인을 위한 삶을 거부합니다. 때로는 이런 가치관의 차이가 세대 갈등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지나치면 문제가 됩니다. 대출을 받아 분에 넘치는 소비를 한다거나,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하룻밤 유흥비로 날려버리거나, 부모의 재산으로 자신의 행복을 사려는 일들 말입니다. 딱히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재미삼아 구매하는 ‘탕진잼’이나 홧김에 큰돈을 지출해버리는 ‘시발비용’ 역시 욜로가 소비의 행태로만 변질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ligman)의 연구에 의하면 행복이란 즉각적인 만족 뿐 아니라 삶의 가치를 찾는 일, 성취감 등을 통해 얻어진다고 합니다. 끔찍한 산고를 겪으면서도 자녀를 낳아 기르는 이유, 밤을 새우며 학문에 몰두하는 이유, 숙련가가 되려고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미래의 꿈을 위해 오늘의 희생을 감수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 꿈이 너무 거창해서는 곤란합니다. 오히려 행복에 방해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신과 의사는 원대한 꿈을 권하지 않습니다. 행동치료는 작은 도전부터 단계를 밟아가도록 설계합니다. 험한 산의 돌계단을 오르자면 발끝에 시선을 붙잡아 두어야 하듯, 작은 도전이라도 온전히 그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면, 아낌없이 스스로를 칭찬합니다. 이것이 행동치료의 기본입니다. 꿈은 돌계단을 하나씩 오르듯 작은 도전을 성취해 나가다 문득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뒤꿈치를 바짝 들고 한껏 손을 뻗었을 때, 닿을락말락한 시렁 위 홍시 같은 것입니다. 너무 쉬워서 이루고도 성취감을 얻지 못한다거나, 뜬구름 같아서 스스로도 반쯤은 포기해버리는 것이어서는 안됩니다.

오늘은 ‘어제 죽어간 사람이 바라던 내일’이기도 하지만, ‘어떤 이가 오래도록 준비해왔던 바로 그날’이기도 합니다. 현재 누군가의 삶이 행복해 보인다면, 오래전부터 오늘의 행복을 준비해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만족과 내일의 행복을 위해 시간, 돈, 노력 등 유무형의 가치를 적절히 나누십시오. 물건이 아닌 가치에 소비하고,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경험에 투자하며, 두려움 없이 사랑하고, 평생 살 것처럼 배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욜로(YOLO)입니다.

남주영 영광군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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