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서기라는 명사는 이제 한국사회에서 정치적 용어가 됐다. 사전에서 조차 권력이 있는 기관이나 사람에 붙어서 친분을 맺는 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정의하고 있다.

줄서기의 폐해는 많다. 대한민국 정치가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핵심 원인을 줄서기 정치로 규정하기도 한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소명을 외면한 채 공천권을 쥔 힘 있는 보스에게 충성하는 것을 정치의 본분으로 삼는다는 비난이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가의 줄서기 관행은 좀체 사라질 기미가 없다.

신당 창당이 야기한 탈당 정국으로 줄서기 정치가 한창이다. 어느 정당에 줄을 서야하느냐에 정치적 생사가 갈리기 때문에 고심도 그만큼 깊어 보인다. 현역의원들이 탈당하면 광역 기초의원들이 줄줄이 뒤를 따르는 모습도 여전하다. 조용히 당을 떠나는 것도 아니고 탈당성명이라는 것을 그들먹하게 발표하고 떠나는 모습들이 눈살을 찌푸리게도 한다. 엊그제 까지 몸을 담은 당에 험담을 퍼붓는 고약한 이별의 편지를 띄우기 때문이다. .

가는 자와 남는 자의 삿대질은 국민들의 정치 혐오를 부추긴다. 이들에게 카이사르의 일화를 들려주고 싶다. 폼페이우스와의 일전을 앞두고 카이사르의 군대가 루비콘 강변에 이르렀을 때 일이다. 막중한 전투를 눈앞에 두고 카이사르가 총애하는 수석 무장인 라비에누스가 진영을 이탈했다. 폼페이우스의 봉토를 경작했던 씨족관계의 신분을 거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라비에누스의 탈영을 보고받은 카이사르는 담담하게 그의 짐을 챙겨 집으로 보내주라고 명령했다. 그의 입장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라비에누스 또한 자신이 거느린 부하들을 남겨두고 단신으로 진영을 떠남으로써 카이사르에게 마지막 충정을 다했다.

교섭단체 구성을 명분으로 패거리 탈당을 기대하는 모습이나 떠나는 자들을 향해 모난 소리를 쏟는 모습이나 정치의 냉혹한 속성을 새삼 되새기게 만든다. 카이사르와 라비에누스의 멋진 별리는 우리 정가에선 아직 요원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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