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일근편집위원장

 경제 단체들이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민생구하기’ 입법을 촉구하는 서명이다. 서민들에게는 납득이 안 간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왜? 국회에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을 통과 시키라는 압력 수단으로 거리 서명 운동까지 벌여야 하는지 모르겠다. ‘민생’을 위해서라고? 법이 없어서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주장에 속이 상한다.

서민들은 팍팍해도 서명운동이니 뭐니 벌일 여유조차 없다. 먹고 살기 바쁘니까. 경제 단체들이 뒷바라지 하는 소위 재계 인사들이 보이는 모습은 그렇게 어려운 것 같지 않다. 범법 행위가 그치지 않는다. 개인 배를 더 불리겠다는 범죄다. 돈에 욕심이 많다보니 몇 천억, 몇 조에 달하는 재산도 배가 부르지 않나보다. 이혼도 참 잘들 한다. 그들이 대한민국 상위 몇 퍼센트란다. ‘호강에 초친’ 사람들이다.

그들을 위해 길거리 서명에 나섰다고 하니 딱하다. 서명 받기에 나선 사람들은 월급 받아 가족 부양하는 서민들이겠거니 생각하니 더욱 딱하다. 민생에 필요한 법이라 치자. 국회의원들에게 필요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그들을 납득 시켜야 한다. 입법은 국회 고유 권한이다. 통과 되지 않는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 여야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서다. 그런데 왜 국민들을 동원해 국회에 압력을 넣는지 알 수 없다.

대한민국은 대의 민주주의 국가다. 구차하게 설명하자면 국민은 국회(의원)에 ‘우리를 대신해 법을 만들라’고 맡겼다. 왜 먹고 살기 바쁜 국민들을 동원해 국회에 압력을 가하려 하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법안 통과가 되지 않는 원인이 있을 터다. 그 원인을 제거하면 된다. 여야가 합의하도록, 합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묻는다. 국민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을 납득시키려는 노력은 했는가?

대통령의 거리 서명은 국회를 압박하는 정치 행위다. ‘민생’의 책임을 야당에 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 의원들에게 간절한 호소를 했는가? 그런 뉴스는 듣거나 본 기억이 없다. 여야 모두로 부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는 주장은 들었다. 정치는 협상이다. 협상의 기술이 없으니 여야 모두 제 주장만 반복한다.

‘아쉬운 X이 우물 판다’고 했다. 누가 아쉬울까? 국정 책임을 맡은 정부 여당이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 책임은 당연히 정부 여당에 있다. 협상이 안 되는 이유는 뻔하다. 양보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필요한 것은 안 주면서 자기가 필요한 것만 주라고 하는데 줄 사람은 없다. 이럴 때 대통령의 정치적 역량이 빛을 발할 기회다. 우리가 보아온 정치는 그랬다. 그런데 대통령이 거리에서 서명하는 모습만 보인다?

이건 아니다. 대통령이 나서서 국회를 압박 하다니. 야당 지도자를 백악관에 초청해 사정 사정하는 오바마와는 대조적이다. 국회에 책임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 당연히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이 필요한가 묻고 주어야 한다. 지난 3년간 박 대통령은 여야 협상 중재에 나선 적이 없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국회를 무시한 대통령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마저 무시 한다. 국회의원을 무색하게 만들고, 비난하고, 심판해달라고만 한다. 국정의 최종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국회가 아니다, 국회는 국민이다.

대통령의 길거리 서명은 시위다. 물대포로 진압한 그런 시위에 다름 아니다. 좋은 대통령이길 바라는 국민 앞에서 꼭 시위를 해야 할까? 여당 대표에게도 비난에 가까운 ‘핀잔’을 준다. 대표는 다음을 위해 꾹 참는다. 당연히 여당 의원들은 대통령 심기만 살핀다. 협상이 있겠는가. 정치가 있겠는가. 민생을 위한다면 정치 없는 정치판에 정치를 복원 시켜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역사 발전을 위해. 민생을 위해.

조일근 기자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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