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항공모함이 등장하게 된 것은 100년 전후의 일이다. 영국의 허미스호를 최초로 보는 이들도 있지만 이는 기존의 전함을 개조한 사례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항공모함으로 설계되고 건조된 일본의 호쇼호(1922)를 기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전투기를 운송하고 이착륙에 필요한 비행 갑판을 제공하록 설계된 군함을 통상 항공모함이라 부른다. 해상에서 전투기의 운용이 필요해진 전략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셈이다. 이 때문에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일반 주유소에 있는 주유기로 항공모함에 연료를 채우는데 걸리는 시간을 계산한 흥미로운 자료가 있다. 보통 크기의 키티호크급은 항해용과 항공기용 연료를 포함해 1,700만 리터의 연료를 적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분당 80리터를 주유하는 주유소의 고속 주유기를 사용했을 때 3,567시간, 약 148일 정도가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엄청난 규모임을 과히 짐작할 수 있는 수치다.

웬만한 국가의 해군력과 맞먹는다는 항공모함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현재 11척을 갖고있으며 몇 척이 더 건조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군의 전투능력 역시 세계 최강임을 증거하는 사례다.

루스벨트호, 레이건호, 니미츠호 등 미 핵항모 3척이 동해 한국작전구역에 진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미 전체 항공모함의 거의 1/3에 달하는 선단이 동해로 이동해 온 것이다. 미국 항모 3척이 동시 작전훈련을 한 것은 2007년 괌 해역 훈련 이후 10년만이며, 우리 해군이 항모 3척과 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창군 이후 처음이다.

한미동맹의 강력한 힘과 의지를 북한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게 군 관계자의 말이다. 한반도의 긴장이 그만큼 고조됐다는 상황의 반영이겠지만, 항모 전단의 위용을 그저 즐길 상황만은 아닌 듯 싶다.

박호재 아시아문화학회 부회장 (언론인)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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