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명 삼동청소년회 영광지구 인성교육 강사

청소년들에게 마음공부를 지도하는 어느 교무님이 수업 첫 시간에 질문하기를 “돈까스는 맛있는 건가요? 맛없는 건가요?”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맛있다고 대답하지만, 일부 돈까스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있었나보다. “저는 맛이 없던데요.”

그럼 돈까스는 원래 맛있는 걸까? 맛없는걸까? 원래 맛있는 거라고 하면, 돈까스가 맛없다고 하는 사람이 잘못된 거고, 돈까스가 원래 맛없는 거라고 하면, 돈까스가 맛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잘못된 거다.

그래서 그 교무님이 제시해준 대답은 이렇다. “돈까스는 원래 맛있는 것도, 원래 맛없는 것도 아니건마는 내 입맛과 선호도를 따라 맛있는 돈까스가 되기도 하고, 맛없는 돈까스가 되기도 한다.” 그렇지. 나는 이 대답을 듣고 참 절묘한 대답이다 하며 공감을 했다. 돈까스는 원래 돈까스 고유의 맛일 뿐인데, 나의 입맛과 선호도를 따라 그것은 맛있는 것이 되기도 하고, 맛없는 것이 되기도 한다.

우리 자신을 놓고 볼 때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원래 화를 잘 내니까 그냥 그러려니 해. 나도 참아보려고 했는데 안돼.’ ‘나는 원래 소심해서 안돼. 나는 그런 거 못해’ 등등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나에 대한 고정관념과 스스로 강화시켜 놓은 규정들. 이것은 나의 원래 모습이 아니다. 사실 ‘원래’ 나는 마음먹기에 따라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양방향의 무한한 가능성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은혜롭고 소중한 존재이다.

그래서 ‘아무리 한 때에 악을 범한 사람이라도 참 마음으로 참회하고 공덕을 쌓으면 몸에 악한 기운이 풀어져서 그 앞 길이 밝게 열릴 수 있고, 아무리 한 때에 선을 지은 사람이라도 마음에 원망이나 남을 해칠 마음이 있으면 그 몸에 악한 기운이 싸고 돌아서 그 앞 길이 암담하게 막힐 수 있다.’ 어느 방향으로 마음을 움직이고 몸을 쓰느냐에 따라 그 순간 다른 모습을 보일 뿐이지, 우리는 ‘원래’ 양방향의 에너지를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공부는 나와 너, 우리가 ‘원래’ 이러한 존재라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그래서 마음공부를 할 때 나 자신에 대해서도, 남에 대해서도 ‘나는 원래 안돼’ 혹은 ‘너는 원래 그런 녀석이야’ 등등의 단편적이고 편협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나 자신과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면 그 사람의 특성이 보일 뿐 그 사람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라는 가치판단과 그에 따른 망상들이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부인이 불평하기를 남편이 너무나 쪼잔하고, 사람을 답답하게 해서 살 수가 없다고 한다. 도대체 그런 사람이 뭐가 좋아서 결혼했소? 하니, 연애할 때는 그렇게 세심하고 자상할 수가 없었더란다. 남편의 특성은 꼼꼼함이다. 그 특성이 나의 입장에 따라 세심해지기도 하고, 쪼잔해지기도 한다. 남자의 터프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에 반해 결혼한 여성은 남편의 단순하고, 일방적인 행동에 힘들어할 수 있다. 하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그 특성이 사실은 내가 매력을 느낀 그 특성과 같을 수 있는 것이다.

남편은 남편의 특성 그대로 존재하는데 나의 입장과 생각에 따라 남편은 정반대의 사람이 될 수 있다. 이 때 우리 남편은 ‘원래’ 쪼잔할 것도 없고, 세심할 것도 없는 꼼꼼한 특성의 사람인데 우리 두 사람의 관계 변화와 나의 상황에 따라 때로 쪼잔해지기도 하고, 때로 세심해지기도 한다는 것을 깨쳐 알면, 그 미운 남편이 내가 사랑했던 남편이었고, 그 미운 남편의 모습 중 많은 부분이 나의 입장과 생각으로 인해 만들어진 허상임을 볼 수 있게 된다.

마음공부를 시작하는 지금 ‘원래’ 라는 말을 가볍게 하지 말자.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을 때 ‘쟤는 원래 저래’라는 생각이 든다면 멈추어 생각해보자. 그 사람도 원래는 그럴 것도, 저럴 것도 없는 사람이건마는 ‘경계’(아무것도 없던 내 마음에 화,짜증,기쁨,슬픔 등을 일으키는 외적·내적 조건들 : 마음공부 용어)를 따라 그런 저런 모습이 나타났구나. 원래 그런 사람은 아니구나. 이렇게만 알아도 그 사람에 대한 편견에 가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어리석은 행동을 멈출 수

있게 된다.

물론 그 사람이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 것을 알았다고 해서 그 사람이 나를 힘들게 하고, 복장 터지게 하는 상황이 변하지는 않는다. 그럼 어떻게 할까? 힌트는 ‘내 마음’에 있다.

‘내 마음’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김건명 삼동청소년회 영광지구 인성교육 강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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