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근영 영광종합병원 산부인과 과장

소변에 피가 섞여 빨갛게 나온다고 하면서 혹시 큰 병이 아니지 묻는 당황한 환자의 모습을 가끔 보게 됩니다. 불편한 증상을 들어보면 며칠 전부터 소변을 보아도 시원치가 않고 화장실을 가면 소변이 잘 나오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억지로 소변을 보고 난 뒤 소변 뒤끝이 짜릿하게 아팠고 아랫배도 묵직하고 뻐근했는데 그대로 참고 괜찮아지겠지 하고 기다리다가 소변에 피가 보이니까 놀라서 병원을 찾은 것입니다.

이러한 질병을 급성 방광염이라고 합니다. 이는 요로계의 해부학적, 기능적 이상 없이 세균이 침입하여 발생한 감염으로 인해 염증이 방광 내에 국한되어 나타나는 질환을 의미합니다. 급성방광염은 흔히 오줌소태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합니다. 이런 급성방광염이 완치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증상이 반복되는 경우를 만성방광염이라고 말합니다.

급성 방광염의 일차적인 경로는 요도로부터의 상행 감염이며 여성에서 흔하게 발생합니다. 여성은 해부학적으로 남성에 비하여 요도가 짧고 장내세균이 회음부와 질 입구에 쉽게 증식하여 성생활이나 임신 시 세균이 용이하게 방광으로 상행성 감염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급성 방광염은 세균 자체의 독성, 개개인의 세균에 대한 저항력, 요로계의 해부학적 및 기능적 상태에 따라 발생합니다. 원인균은 80% 이상이 대장균이며, 그 외 포도상구균, 장구균, 협막간균, 변형균 등도 급성 방광염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대장균이 외음부나 요도 입구에 존재하지만 건강한 여성에게는 병을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인체에 면역기능이 떨어졌거나 소변을 너무 참았다든지, 과로를 했거나 감기 등의 병으로 몸의 저항력이 쇠약해졌을 때 쉽게 대장균이 요도로 침입하여 방광염을 일으키게 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관계를 할 때마다 요도입구가 자극을 받음으로써 세균이 방광으로 침입하기도 합니다.

급성 방광염의 증상은 빈뇨(하루 8회 이상 소변을 보는 증상), 절박뇨(강하고 갑작스런 요의를 느끼면서 소변이 마려우면 참을 수 없는 증상), 배뇨 시 통증, 배뇨 후에도 덜 본 것 같은 느낌 등과 같은 방광 자극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납니다. 허리 통증 및 치골 상부 통증이 발생할 수 있고 혈뇨와 악취가 나는 혼탁뇨가 동반되기도 합니다. 방광염은 발열이나 오한 등의 전신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방광염의 진단은 임상 증상과 요 검사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급성 방광염은 여성의 외음부 질염과 유사하므로 질 분비물검사와 내진을 통해 감별하게 됩니다. 급성요도증후군도 급성 방광염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지만 요 배양 검사에서 세균 검출이 적은 특징이 있습니다. 신장의 감염은 발열과 옆구리 통증 같은 측복부 통증을 호소하므로 급성 방광염과 구별할 수 있습니다. 만성 방광염은 결핵, 요도염증후군 등과 유사하지만 소변검사나 배양검사 등으로 감별할 수 있습니다.

급성 방광염의 치료는 적절한 항생제의 사용입니다. 항생제의 투여 기간은 환자의 증상과 심한 정도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대부분 7일 이내입니다.

만성 방광염의 경우는 장기간의 항생제 투여를 고려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만성 방광염의 유발 요인을 찾아 이를 제거 혹은 교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급성 방광염 증상이 있을 때는 증상의 초기에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고, 힘든 일이나 스트레스를 줄이고 카페인이 있는 음료의 섭취를 자제하며, 따뜻한 물을 많이 마셔주는 것이 증상의 호전에 도움이 됩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빕니다.

배근영 영광종합병원 산부인과 과장 (의학박사)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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