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영광군 번영회의 청남대 나들이에 편승했습니다. 몇 차례 가볼 기회가 있었지만 의도적으로 가지 않았던 곳입니다. 내심 가보고 싶기도 했지만 전두환씨가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 외면했지요. 전 씨가 계획하고 꾸며서 즐겼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마뜩치 않았습니다. 저는 아직도 그를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가 지은 ‘대통령 별장’을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등 역대 대통령들이 사용한 것에도 불만이었습니다.

청남대는 입구부터 좋은 관광지라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겹겹이 산이요 그 가운데 둘레가 80Km에 달하는 대청호가 있으니 자연경관이 오죽 좋겠습니까. 차량과 인파가 넘쳐났습니다. 때마침 국화축제까지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산과 물, 나무와 꽃이 어우러져 관광지로서의 요건을 모두 갖췄습니다. 위치도 국토의 정중앙이라 할 수 있으니 전국의 관광객들이 몰려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부터 경칭은 생략하겠습니다. 이해 바랍니다. 노무현은 ‘대통령 별장’을 충청북도에 넘겨 더 이상 대통령 별장이 아닌, 관광지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명박은 청남대를 찾았더군요. 박근혜는 안 갔고요. 대통령들이 사용한 이불이나 테니스 라켓, 자전거 등이 있고 대통령 기록관도 있는 것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대통령들의 이름이 붙은 산책로가 있습니다. 그중 왕래가 가장 많은 곳은 ‘전두환 길’입니다. 내키지 않았지만 궁금증이 저의 발길을 그리로 재촉했습니다.

내키지 않는 인물의 이름 때문이어서인지 기분은 좋지 않았지요. 산책로가 콘크리트 포장인 것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황토 포장이거나 산길 그대로였다면 더 좋겠더군요. 역대 대통령들의 동상도 보고 침실이나 거실 등이 있는 건물 내부도 둘러봤습니다. “이곳에 이런 건물을 짓고 싶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좋은 곳에 한옥이 어울리겠습니까, 양옥이 어울리겠습니까?

부자의 별장 같으면 양옥도 그냥 좋게 생각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별장’입니다. 대한민국을 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한옥이면 좋겠다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소 불편해도 ‘천하명당’에 양옥보다는 한옥이 제격이 아닐까요. 뒤이어 ‘하긴 전두환이니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남대가 세계적인 관광지가 되려면 우리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콘텐츠를 입혀야 할 것입니다.

한옥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양옥을 아무리 좋게 지은들 서양의 궁전과 비교가 되겠습니까? 세월이 갈수록 그 집들은 초라해질 것이 분명합니다. 한옥으로 지었다면 어떨까요. 오랜 세월이 흘렀다고 가정하면 아마 문화재로서 세계인들에게 자랑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옥은 오늘 지었어도 몇 백 년 후에는 문화재가 됩니다. 오늘 우리가 전통 건축물을 남기면 먼 훗날엔 자랑스러운 문화재가 되지 않을까요?

조일근 편집위원장  news@ygweek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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