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합동조사단 발목 잡는 한수원<br>의결 사항 ‘이행 의무’→‘노력’ 주장

전휘수 발전본부장

한빛원전 격납 건물 돔의 콘크리트 공극이 발견됐다. 철판 부식도 드러났다. 쇠망치 등 많은 이물질이 들어있는 상태에서 증기발생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이 정도면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봐야 한다. 한빛원전의 안전성 확보가 영광으로서는 절체절명의 과제로 떠오른 이유다.

한빛원전안전성확보를 위한 민‧관합동조사단(조사단)이 구성됐다. 한빛원전안전성 확보 범군민대책위원회(범대위)와 영광군‧영광군의회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산업자원부, 국회, 청와대에 요구한 결과다.

하지만 조사단이 만족할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되는 가장 큰 걸림돌은 발전사업 주체인 한수원이다. 조사를 받는 입장인 한수원 측이 안전성 보다 철저한 방어 의지만 보이고 있어서다.

조사단에 참여한 전휘수 발전부사장(사진)은 조사단의 규약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안전성 확보가 아닌 한수원의 편익 지키기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조사단의 규약을 만들면서 ‘의결사항에 대하여 성실이행 의무를 갖는다’는 안에 대해 ‘성실히 노력한다’ 혹은 아예 삭제할 것을 요구하며 버티고 있다.

이에대해 조사단 관계자는 “한수원이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는 조항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전 부사장의 주장은 조사단에 의한 안전성 확보 거부다. 한수원의 안전성 확보 의지가 의심스럽다. 한수원 때문에 조사단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조사는 안 하는 것이 낫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관계자들은 한수원 측이 안전성 보다 ‘면피’를 위한 ‘방어’에 치중할 경우 조사단은 실효성 있는 결과를 내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나 관련 회사 동원이 필수적인 조사 과정에서 입맛에 맞는 개인이나 회사가 아니면 참여를 막을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한수원 측이 ‘의무적 이행’을 강력히 거부하는 것은 안전성 확보를 위해 시행키로 한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의 기본 취지에도 어긋난다. 한수원 측의 안전성 확보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작은 위험 요소까지 철저하게 제거하자는 조사단 구성의 목적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면서 한수원 측의 안일한 인식이 한심하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사에 참여하는 기술 분야 전문가 그룹은 한수원과 거래 관계에 있지 않은 유럽 쪽 개인이나 회사여야 한다. 하지만 한수원 측이 발주한다면 ‘원피아’(원전마피아)에 의한 조사돼 조사 자체가 무의미하다. 정권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빛 관계자들 ‘모르쇠’

한빛원전 안전성확보를 위한 범군민대책위원회(범대위)측 인사는 “한수원 측이 조사단 활동을 방해하고 있다. 안전성 확보 의지가 없는 한수원에 대해 정권 차원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 한빛원전 근무자와 가족들의 안전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빛원전 관계자들이 남의 일처럼 성의를 보이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불쾌감을 토로했다.

주민 김모 씨(57‧대마면)는 “조사를 받는 입장에서 조사 받는 방법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조사단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범대위 측은 한수원의 이같은 불성실한 태도에 대해 당초 안인 ‘성실이행 의무를 갖는다’로 하지 않을 경우 조사단 활동은 무의미하다면서 조사단 참여 거부를 시사했다. 조철상 기자

■ 한빛원전 안전성 문제 일지

△7월 27일-4호기 격납건물 콘크리트 부실시공, 내부철판 부식.△8월 17일-증기발생기 내 쇠망치 등 이물질 발견

△8원 1일-범대위 기자회견, 군민결의문 채택(한빛원전 정문 앞)

△8월 10일-청와대 앞 기자회견, 국회방문 이개호 의원 면담 결의문 전달

△8월 29일-김준성 군수 안전성 확보 대책 마련 촉구 성명 발표

△9월 9일-5호기 고준위 핵연료 저장조 구조물 부실시공

△9월 18일-민주당 현장점검 (이개호‧박재호‧김성수 의원)

△9월 22일-국무총리 면담(군수‧의장) 조사단 구성 약속

△11월 3일-조사단 구성. 추진과제 실무위원회로 위임

△11월 6일-1차 실무위원회